답도석 봉황은 왕·왕비를 상징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2-20 19:24:3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이노근(노원구청장) 우리 일행은 근정전 어도(御道)를 지나 월대석 앞으로 다가섰다. 월대 계단 중앙에는 무슨 영문인지 계단으로 처리하지 아니하고 그냥 경사면에 봉황을 부조(浮彫)로 새겨놨다.

바로 임금이 어가(御駕)를 타고 올라가는 답도(踏道)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임금이 어연(御輦)을 탄 채 근정전 월대에 오르려면 반드시 그 답도를 통과 해야지요.”

만조백관들이 근정전 월대(月臺)에 올라가려면 월대에 조성된 층층 계단을 밟지만 임금은 어연(御輦)을 탄 채로 올라가기 때문에 계단을 밟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무계단(無階段) 답도를 만든 거다.

그렇다면 하필이면 답도석에 왜 봉황(鳳凰)을 채용하였을까?

“봉황은 전설의 영조(靈鳥)이지요… 봉(鳳)은 수컷, 황(凰)은 암컷 이지요… 봉(鳳)과 황(凰)은 항상 금실이 좋기로 유명하지요… 그러니까 봉과 황은 바로 왕과 왕비를 상징하지요…”

바로 그것이 봉황의 문양학적 언동(言動)일 거다.

그러나 이쯤에서 한·중 궁궐의 답도석 코드를 비교한다면 양국(兩國)의 문화차이를 발견할 거다. 한국의 천객(賤客)들은 가끔 중국 자금성의 태화전(太和殿)을 구경 가서는 그 규모와 축조기법 그리고 조형예술에 쓸데없이 과분한 점수를 주며 종종 야단을 떤다.

“역시 자금성의 스케일을 봐도 대국(大國)이 틀림없어! 저 큰 태화전(太和殿) 답도석을 봐! 도대체 어떻게 조각하고 운반은 어떻게 했지! 그에 비하면 근정전 답도석은 아주 초라하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진실로 근정전 답도석을 그토록 박대해야 하나? 이 천학은 아무리 까막눈이라도 그런 주장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

‘근정전 답도석이 작은 것은 궁궐규모(宮闕規模)에 합당한 스케일이지 결코 왜소(矮小)한 게 아니다… 태화전 답도석은 거대하고 육중할지는 몰라도 거만하고 위압적이어서 인간적 스케일이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문화차이를 느끼려면 스케일 차등이 아니라 그 문양의 차이를 포착해봐야 한다.

“경복궁 답도석은 봉황(鳳凰)이지만… 자금성은 용(龍)이지요.”

이제부터 화두를 약간 바꿔 월대(月臺) 위로 올라 근정전과 그에 부속된 의장기물(儀裝器物)을 공부할 터이다.

‘상월대 가운데는 근정전이 있으며 상·하월대 사방향에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방위신(方位神)들이 정전을 호위하고 있고… 월대 정면에는 청동정(靑銅鼎)이 좌우에 있으며 월대를 둘러싼 난간석 엄지기둥에는 12지신상(十二支神像)과 서수상(瑞獸像)을 조각하고… 월대 정면의 모서리에는 해치를 조각했고….’

여하튼 근정전 의장물이 무수하지만 그걸 무턱대고 장식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거다.

그 중에서 만약 당신이 하월대 동서쪽 모서리에서 환조(丸彫) 석견(石犬)을 발견한다면 관찰력(觀察力)이 대단한 거다.

“저기 저 하월대 모서리를 자세히 봐요… 암수 어미 석견(石犬)이 새끼를 끼고 있어요… 조선왕통을 잘 보존해 달라는 주문일거요… 예로부터 개가 짖으면 재앙이 물러간다고 하잖아요…”

“중국 심양의 청(淸)나라 고궁을 가보면 그 대정전(大政殿 )앞에는 암수사자 석상이 있는데… 그 중 숫 사자는 앞발로 지구(地球)를 잡고 있고 암사자는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지요… 그것 역시 같은 언동(言動)일 거지요…”

여하튼 나는 근정전 월대 위로 올라 그 전각을 두루두루 살폈다.

바로 정전 근정전은 조선왕조의 권력을 매일 제조 생산 배분하는 권궁(權宮)이다. 조선왕조의 권력공장(權力工場)이다.

그러한 만큼 근정전은 경복궁의 심장이다.

그래서 그러한지 권부(權府)의 상징 근정전(勤政殿)은 그 편액 글씨마저 색깔을 달리한다.

“근정전 글씨는 고종 때 서사관(書史官) 이흥민이 썼어요… 얼른 봐도 그 글씨체는 대단히 묵직하고 힘이 넘쳐 보이지요… 그러나 그 편액에서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 봐요… 글씨가 검정바탕에 황금색으로 쓰여 있잖아요… 왕과 왕비가 거처하는 공간에 황금색을 쓰는 것은 바로 오방색 ‘청·백·적·흑·황’ 중 군주의 색채는 ‘황색’이지요.”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