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대한 편견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2-26 16: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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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진 영 의원 나는 아직도 정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론적으로 설명할 능력이 없다. 마흔의 중반을 넘기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직접 정치에 참가해서 정치가로 나서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론 정치를 통해 더 큰 것, 즉 사회와 민족을 위해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은 해왔지만, 나 스스로 그 일에 참여해야 한다는 어떤 절실함 같은 것은 갖고 있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나 스스로 정치가가 되고 싶다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현격한 거리가 있었다.

내 주변에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가를 자신의 장래 희망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 친구들은 대학 시절부터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국회의원 선거운동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그 시절 우리의 정치는 암울했다. 암울했던 만큼 그 이면에는 부패와 폭력으로 얼룩져 있었다. 돈이 지배하는 정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정치적 행사에 등장하는 폭력조차도 눈 감아주는 것이 사회 분위기였다. 부패와 폭력이 자리 잡고 있는 정치, 순수하고 진실한 사람들로서는 가까이 갈 수도 없는 괴물, 내가 느끼는 우리 정치는 바로 그런 것이었다. 정치가의 역할 또는 국회의원이라는 지위에 대한 동경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이면에 있는 부패나 폭력 그리고 권모술수 등으로 인해 깨끗하고 순수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진실한 사람들에게는 생각하기도 어려웠던 것이 정치였다.

나는 그 시절 우리의 정치가들을 바라보면서 몇 가지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왜 그들은 국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렇게도 모를까라는 의문이었다. 왜 그들은 자신들이 권력을 잡아야만 나라가 잘 된다고 주장할까? 왜 그들은 앞으로 우리가 어떤 나라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지 못할까? 이러한 내 생각은 그들에 대해 일종의 연민같은 것으로 변할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마침내 그 시절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공통되는 한 가지 상념을 가지게 되었다. 이들 정치가야말로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이며, 자기 선전에 능한 사람이고, 아무 일에나 앞장서려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미국과 영국, 독일 정치가들은 그처럼 뛰어난 정치적 능력을 발휘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할까? 그러나 그때만 해도 내 생각은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우리 사회의 우울함에는 정치가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유명한 정치가와 같은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그 정도의 인식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나의 바람은 우리나라에서도 비스마르크, 드골, 처칠, 루즈벨트 같은 훌륭한 정치가가 나왔으면 하는 기대로 이어졌다.

그런 내가 지금은 정치가의 끝자락에 서게 되었다. 나는 2000년 4월 제16대 국회의원 선거 때 서울 용산구에 입후보하면서 정치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고, 그 이후 지금까지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사람의 앞날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지만, 내가 지금의 이 자리에 서 있을 줄은 결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처럼 기피했던 그리고 두려워했던 그 자리에 서 있다.

나는 내 삶의 어느 길 모퉁이를 돌다가 정치라는 자전거의 뒤꽁무니에 매달린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그 자전거의 뒤꽁무니에 매달린 채 달려왔고, 그래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사람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정신없이 뛰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페달을 밟고 나아가야 한다. 우리 정치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바람에 그리고 나를 선택해 준 주민들의 기대에 나는 부응해야 한다. 나 스스로 우리 정치의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제시해야 할 책임감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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