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정치는 어느 나라에서나 이러한 4가지 한계점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이들 나라에서는 이러한 한계점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원만하게 해결되거나 극복됨으로써 해방·화해·통합의 길로 들어서는 정치의 기능적 메커니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갈등·분열·배제·독점만이 정치의 특징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나름의 굳건한 체제로 점점 굳어져가고 있다.
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장애물의 하나가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갈등은 말 그대로 어떤 문제에 대한 인식과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해서 서로 대립적인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종국적으로는 분열과 대립의 기반으로 작용하게 된다. 서로 대립하고 맞서면서 정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대항적인 관계만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사실상 갈등의 표현 과정과도 같다. 다시 말하면 갈등의 덩어리로 엉킨 사회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이념으로 서로 간에 대립하고 갈등하고 있다. 지역감정이 갈등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교도, 계층도 이러한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갈등은 해결되고 극복되어야 하는데도 해가 거듭될수록 오히려 점점 더 또 다른 갈등을 덧붙이고 있다. 즉 갈등의 중첩화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정치 바탕이 갈등을 기반으로 삼는다고 여겨질 정도다.
정치는 모두가 하나 되는 길로 손잡고 달려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현실은 수없이 나누어져 있고 대립과 분열로 구성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분열은 통합을 전제로 하는,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일시적인 과정으로 여겨야 한다.
나는 분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정치적인 이익 배분의 불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내게 돌아오는 몫이 적다고 생각될 때 분열이 일어난다. 내가 적게 받아도 다른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는 것이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분열 때문에 점점 더 감정의 틈이 벌어지고 있다. 한반도의 분단이 이러한 분열의 한 측면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고 계급을 말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분열에 사로잡힌 감정과 정서가 남과 북을 갈라놓았고 서로 적대적인 지도체제를 수립한 분단체제로 이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분열은 소수의 이익 점유에서 오는 사회 전체의 정신적인 표현일 수 있다. 소수만이 특정 이익을 얻고, 다수는 그 이익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분열의 구체적 표현인 것이다. 여기에서는 소수의 독점에 비례해서 다수는 그것에서 배제되는 배제의 일상화가 전개될 뿐이다. 그것은 특정 집단에 의한, 특정 인물에 의한, 특정 파벌에 의한, 독점적인 지배 상황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끝내 특정 인사나 집단만의 지속적인 가치 점유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독점의 구체적인 상황으로 연결된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가지려는 생각이 독점의 구체적인 형태이며, 이러한 독점은 결국 그것에서 배제된 수많은 다수가 불만을 갖게 하는 분열 상태를 가져온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에 기반을 둔 또 다른 반격 때문에 새로운 배제가 시도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정치는 끝없이 갈등·분열·배제·독점만을 드러내는 역기능적 성격으로 반복되고 말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