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판 천문기상과학센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1-11 17: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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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근(노원구청장) 아마도 알고 보면 흠경각의 작명도 서경(書經)의 흠약호천경원인시(欽若昊天敬援人時:하늘을 공경하여 백성들에게 때를 일러준다)에서 집자(集字)한 거다.

“아! 영감님 저기 저 전각은 무엇이죠? 흠경각이잖아요? 천추전 서쪽 뒷편에 있는 저 건물 말이예요… 거기에는 중요한 천문과학 기기가 있어 중국 사신(使臣)이 와도 보여주지 않았지요.”

오늘날로 말하면 조선판 천문기상 과학센터이다. 그러나 흠경각의 확장 코드(cord)에는 항상 발명왕 장영실이 동참한다.

“장영실은 다양하고 놀라운 성능의 천문과학기구를 만들어 그걸 모두 흠경각에 집결 시켰거든요.”

따라서 흠경각의 역사미학은 무엇보다 그러한 과학기술의 진보(進步)에서 찾아봐야 한다. 세종대왕의 참관기가 그 장비의 성능을 검증(檢證)해 주고 있다. 세종실록(세종20년 1438년)의 기록은 이러하다.

‘지금 이 흠경각에는 하늘과 해의 돗수의 날 빛과 누수 시각이며 또는 사신(四神), 십이신(十二神), 고인(鼓人), 종인(鍾人), 사진(司辰), 옥녀(玉女) 등 여러 가지 기구를 차례대로 다 만들어서…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저절로 치고 저절로 운행(運行)하는 것이 마치 귀신이 시키는 듯하여 보는 사람마다 놀라고… 위로는 하늘 돗수와 털끝 만큼도 어긋남이 없으니 이를 만든 계교(計巧)가 참으로 기묘하다.’

그렇게 장영실은 천문과학기기 개발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그렇다면 장영실은 어떻게 대우(待遇)를 받았을까?

“세종대왕(1397~1450년)은 장영실의 능력에 합당한 벼슬을 제수토록 특명을 내렸어요… 그래서 그는 상의원(尙衣院:국왕 의상 및 궐내의 재화·보물을 관장) 별좌로 등용되었고… 나중에는 정삼품 상호군(上護軍:조선초기 군사조직인 5위의 지휘관) 벼슬까지 승승장구 했어요.”

천골(賤骨)가문에서 태어나 정삼품(正三品)까지 올라갔으니 정말 파격이다.

“사실 세종은 장영실을 1433년(세종15년) 명나라에 보내서… 천문학을 공부하도록 했는데… 귀국 후에 그는 천체 관측기기 혼천의(渾天儀)를 만들었어요.”

여하튼 우리 일행은 장영실 인물탐구(人物探究)에 열중하고 있는데 일단의 사람들이 사정전 앞에서 웅성대며 뭔가 관찰하고 있는 게 아닌가? 바로 장영실이 고안한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 였다.

마치 그 모양이 무쇠 솟을 네발로 받쳐놓은 것 같다해서 앙부(仰釜)라고 불렀다.

이 시계(時計)는 조선 초기에는 흠경각 이외에도 혜정교(惠政橋)와 종묘남가(宗廟南街)에 설치되어 공중시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하튼 장영실은 조선의 과학기술을 반석(盤石)위에 탄탄하게 올려놓았다.

“옛날 사람들은 무슨 국사(國事)를 논할 적엔 역겨울 정도로 대의명분(大義名分)을 중히 여겼어요… 그러니까 공리공론(空理空論)에 빠지기 쉬웠어요… 그렇지만 장영실은 실용주의를 중히 여겼어요… 천문과학을 연구하여 절기와 기후 등을 경농(耕農)에 이용했거든요.”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보수니 진보니 하며 명분싸움에 빠져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그러나 장영실의 말년(末年)은 정말 불행했다.

“장영실은 1442년 세종의 행차용 어연(御輦)을 만들었는데… 그 어연의 무엇이 잘못됐는지 행차 중 부러졌어요… 그러니까 임금에게 큰 불경죄(不敬罪)를 지은 거지요.”

결국 장영실은 그 사건으로 장형(仗刑)을 맞고 파직되고 말았다. 참으로 속상한 일이다.

“큰 공(功)에는 인색하고 작은 죄(罪)에는 가혹한 거죠… 자신은 공(功)을 탐하고 남에게는 죄를 씌우지요… 아무리 공적(功績)이 커도 작은 흠하나 가려주질 못하지요.”

그와 같은 우리 사회의 가학적 행동은 마땅히 자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장영실 평전(評傳)을 늘어놓다가 자칫 중요한 화두 두어개를 빼먹을 뻔했다. 하나는 인정(人定), 파루(罷漏)에 보신각 종을 칠 때 그 표준 시각은 경복궁과 창경궁의 자격루(自擊漏)가 기준이 되었다는 거다. 또 하나는 세종대왕 탄생지(誕生地)를 오늘 답사목록에 올려놔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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