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위기의 본질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1-17 19: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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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찬(국민중심당 의원) {ILINK:1} “민주화가 이루어진 지금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얼마 전 어느 학회가 내건 토론주제였다. 국민의 지지로 탄생한 DJ정부, 노무현 정부가 이 땅에 사는 서민과 중산층에게 민주화의 과실을 나눠주지 못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처럼 가시방석 같은 직장생활은 일찍이 없었다. 낙타바늘 같이 비좁기만 한 취업문을 겪은 적도 없었고, 내 집 마련의 꿈이 이처럼 짓밟힌 예도 없었다. 민생문제는 낙제점이다.

정치는 어떨까? 내 손으로 자치단체의 장과 의원, 국회의원, 대통령을 뽑는 절차적 민주화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정치의 질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왜 그런가? 타협할 줄 모르는 양당중심의정치구조, 책임윤리를 덮어버린 이념윤리의 횡행, 비판언론의 제거, 구조개혁과 무관하게 진행된 서열·지위파괴 등의 결과로 참여 만능과 정치과잉이 일어났고 분열과 갈등구조만 확산시킨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국가경영을 책임진 민주화 세력이 경제, 복지, 사회통합에 능력을 보였더라면 지금과 같은 절망, 국가에너지를 탈진한 한국의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젊고 건강하고 희망찬 사회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 세력은 주요 정책을 전문 관료에게 의지한 채 국민을 편가르며 대통령 권력의 정원을 가꾸는 데만 몰입했다.

대통령은 임기중반부터 권력누수를 경험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대 권력자들은 한·러수교, 서울올림픽, 6·15선언과 노벨평화상과 같은 굵직한 이벤트를 마련해 레임덕의 위기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원 포인트 개헌 역시 이런 동기로 제기됐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도 자신의 정치적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 권력게임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이전 대통령들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비판적 지지 세력이든 전면적 비판 세력이든 가릴 것 없이 모두 역량 부족이란 진단을 내려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제 문제는 이 위기를 다음 정권이 헤쳐 나갈 역량이 있느냐는 것이다.

차기 정권 고지에 다가서고 있는 세력으로 한나라당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들은 믿어도 될 만큼 변했고, 또한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있는가?

우리는 차떼기로 시작된 대선불법자금, IMF위기가 코앞에 닥쳐와도 감지하지 못했던 한나라 당으로부터 진지한 사과나 반성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은 허물을 감춘 채 DJ정부, 노무현 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공격으로 국민의 관심을 이동시켜갔고 그들과 싸우면서 여당을 닮아가고 있다.

그들이 가진 머리는 여전히 수구적이면서도 좌파노선에 동조하여 아파트 반값이니, 등록금 반값이니 운운하면서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그런 이들이 민주화 이후 실질적인 민주화를 각 영역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적임자일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지금의 한국사회 위기는 민주화 이후 사회 각 부문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요구를 합리적인 정책으로 담아내지 못하고 지역과 이념대립을 확산시킨 집권당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실책을 틈타 미래의 발전플랜도 없이 지역, 이념의 대립을 재생산하면서 거기에 안주하는 야당의 정체성이 위기의 이차적인 원인이다.

이들은 나라가 잘되는 정책이라도 당리당략에 맞지 않으면 절대로 협조하지 않는다.

공천만하면 당선되는 지역주의 정치구조가 제일야당을 거대 세력으로 키워주었지만 한편으로 그것이 수구보수를 탈피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동서갈등의 틈새 속에서 커온 정당이 소수정당, 뉴라이트라는 시민단체까지 흡수하면서 정치적 독점구조를 확대하고 대안 없는 비판만을 계속하는 한 내일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민감한 노사문제에는 눈감고, 세금문제에 관해서는 부자들만 감싸고 도는 웰빙 정책에 젖은 것도 문제이다. 세계 흐름에 뒤쳐진 늦은 좌경화에도 불구하고 보수의 철학과 정책대안 없이 우파시민단체에 기대는 것이라면 지금 정부의 다른 극에 서 있는 것 말고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인가.

결론을 말하면 어떻게 하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다양한 이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정치적 지평이 넓어져야 한다.

독점없는 자유로운 경쟁이 물건값을 내리듯 독점 없는 정치가 나라정책을 편협하게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라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진원지, 영·호남에 누에고치처럼 두텁게 지은 정치적 독점체제의 둥지를 해체시켜나가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바로 위기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시기이며, 그 단초는 유권자인 국민들의 의식변화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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