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무장해제(武裝解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1-18 19: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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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근(노원구청장) 사실 조선정부가 청일양국의 침략 야욕에 말려든 것은 임오군란에 대한 수습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정치의 대수리 작업에 시동을 건 것은 누가 뭐래도 1884년의 갑신정변(甲申政變) 일거다.

그러나 조선의 망국(亡國)을 재촉한 사건은 무엇보다 1894년 동학혁명(東學革命)일 거다.

왜냐하면 청·일 양국의 군대가 동학군(東學軍)을 진압한다며 동시에 조선 땅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동학농민들은 무능하고 부패한 조정의 개혁을 요구하며… 무장한 농민들이 파죽지세로 전주·구례·공주 등 삼남지방을 장악해가자… 다급해진 조선 정부는 청국에 진압을 요청하였어요… 이에 대항하여 일본군도 자국민을 보호한다며 조선에 군사를 투입하였지요.”

결국 청일양국이 한반도에서 그 세력(勢力)을 확장하려다 군사적으로 부딪치게 되었는데 그것이 청일전쟁(淸日戰爭)이라는 것은 이미 아는 바이다.

청일전쟁을 계기로 군국기무처가 조선정치의 주도권을 잡아간 거다.

“그 후 친일파·친러파 등이 서로 몇 차례 엎치락뒤치락 대립하며 제 1·2·3차 내각(1894년 7월~1896년 2월)을 끌어갔어요… 그 내각의 중심인물은 친일 개화파 김홍집이었어요… 당시 군국기무처의 개혁안은 아주 혁명적이었지만 수구파(守舊派)들에겐 치명적이었어요.”

그 개혁조치가 바로 1894년 갑오개혁(甲午改革)이다.

내가 구태여 갑오개혁을 수정전 답사에 때맞춰서 말하는 것은 그 이유가 있다. 바로 군국기무처(軍國機務處)가 수정전(修政殿)에서 출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영감의 강의 중에는 심히 이 천학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 있었다.

“뭐요? 영감님! 일본군이 고종을 협박(脅迫)했다고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죠?”

하여간 나는 노교수의 말꼬리를 잡아 불쑥 그렇게 물었다. 그랬더니 그 영감의 인내심은 거기서 참기 어려웠는지 흥분하기 시작했다.

“정말 그 사건을 알면 분통(憤痛) 터질 거요… 왜 되풀이하여 그런 수모(受侮)를 당하는지…”

영감은 그 협박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해 갔다.

“바로 일본정부가 1894년 6월1일(고종31년) 조선에 내정개혁 5개조를 강요했는데… 고종은 그 제안을 거부하고 대안으로 교정청(校正廳)을 만들려 했어요…”

고종이 독자적으로 개혁을 하려한 거다.

“그러자 일본정부는 경복궁에 같은 해 6월21일에 군대를 투입하여… 대포, 소총 등 병장기(兵仗器)를 모두 빼앗아 무장(武裝)을 해제하고 이어 고종을 협박하였지요.”

결국 조선정부는 군국기무처를 설치하였는데 초대 총리대신이 김홍집이다.

여하튼 조선말 일본군 경복궁 무장침투 사건은 야담(野談)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documentary)이다. 그러나 이 천학이 그러한 민족적 수모사건을 들춰내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바로 조선왕조의 3대 수모사건(受侮事件)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경복궁을 점령하여 선조가 야밤에 의주로 도망간 사건이 첫째 수모이고… 1636년 병자호란 때 인조가 결국은 삼전도(三田渡:송파구 삼전동)에서 청 태종 앞에 ‘고두삼배(叩頭三拜)’ 한 사건이 둘째 수모라 한다면… 이 사건은 셋째 수모이다”

그러나 조선말 개혁화두로써 아무래도 기억해야 할 것은 역사가 갑신정변(1884년)-갑오개혁(1894년)을 어떻게 보느냐이다.

우선 고종 실록에서 갑오개혁의 목록을 뒤져보자.

제2차 김홍집 내각의 홍범14조(洪範十四條:1895년)가 그 핵심이다.

‘왕실과 정부의 사무분리, 은본위 화폐제도, 조세의 금납화(金納化), 신분제 철폐, 고문과 연좌제 폐지, 조세법정주의, 연도예산제도 도입, 지방관리 직권제한, 문벌타파와 인재등용, 태양력 채택, 연호 ‘건양(建陽)’ 제정, 소학교 설치, 단발령 시행 등등….’

그 개혁과제를 듣기만 해도 당시 보수정객(保守政客)들은 소름이 끼칠만한 중대사들이다. 아마 천지개벽(天地開闢)이란 말은 괜히 생긴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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