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날 기적 같은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 덕택으로 지금 우리는 이 정도로 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급하게 이룩한 경제였기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문제점과 한계를 후유증으로 남겨주었다. 그 결과 지금 우리는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경제는 어느 면에서는 고도 경제성장 체제에서 빚어진 한계점의 선상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너무 성장의 논리에 치우치다 보니 시장자본주의의 사악한 면을 많이 지니는 결과를 안게 되었다. 경제성장은 특정 기업인의 치부의 수단처럼 자리 잡았다. 지난날의 급속한 우리 경제의 성장은 성장의 과실을 한 곳으로만 치우치게 하는,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배분적 갈등 구조를 한층 더 심화시켰다. 그 결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돈이 돈을 버는 머니게임이 만연하는 가운데 자본은 하나의 권력이 되어가고, 가진 자는 무소불위의 존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가경제가 제대로 발전될 수 없다. 나는 시장지상주의만으로는 현재의 우리 경제를 정상적으로 발전시킬 수 없고 산적해 있는 시대적 과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활력 있는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나감과 동시에 잘못된 시장을 바로잡는 책무가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경제는 탄탄한 국민경제적 성격을 가져야 하며, 특정 재벌이나 특정 집단의 독점적 수중에서가 아니라 국민 전체가 경제의 주체로 자리 잡는, 정상적인 시장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능적인 메커니즘이 확립되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경제체제이며, 이는 시장이 합리적이고, 제대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경제의 활력은 물론이고 순기능의 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잘 살기 위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장경제가 말 그대로 정상적인 시장체제로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천민자본주의적 시장체제로는 계급갈등이나 사회분열만을 조장하게 되고, 결국 그 여파는 경제성장 자체도 어렵게 만들 것이다. 경제를 발전시킬 가장 올바른 길은 시장을 수요 공급의 합리적인 관계 위에 자리 잡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을 합리적인 기구로 만들어야 하며, 자율적이고, 정직하고, 공정한 룰이 지배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야수와 같은 시장, 천민 자본가가 바다 물결을 이루는 시장, 가진 자가 맹목적으로 활동하는 텃밭으로서의 시장은 더 이상 존속되어서는 안 된다.
시장을 시장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로 자리 잡아야 한다. 돈을 버는 이유는 개인적인 가치 실현에 있고, 시장의 존재 이유는 그러한 자본주의의 정상적인 기능의 보장에 있다. 시장은 머니게임의 장이 아닌 인간의 삶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한시라도 빨리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어야만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시장이 구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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