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회(慶會)는 근정(勤政)의 근본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1-23 15: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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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근(노원구청장) 이제는 답사무대를 경회루(慶會樓)로 옮겨야겠다.

아무래도 경복궁 건축의 백미(白眉)는 경회루일 거다. 그렇다고 이 천학이 갑론을박하며 경회루에 무슨 논쟁을 벌인다면 그건 정말 주제넘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 천학의 이력서(履歷書)는 어디를 보아도 아예 건축론(建築論)을 접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설사 경회루 건축 강론이 다소 부실(不實)하더라도 너무 나무라지 말아라. 여하튼 우리 일행은 수정전을 뒤로하고 이제 경회루로 접근해갔다. 경회루 연못 주변에는 이미 국내외 답사객들이 장터처럼 붐벼 있었다.
행동거지가 유난스러운 답사객은 아무래도 서양인(西洋人)들이었다. 그들은 경회루의 건축미를 경하(敬賀)하려는 건지 온갖 감탄사를 늘어놓는 게 아닌가? (국보 224호)

‘Great, Excellent, Beautiful, Magni ficent 등등….’

여하튼 분명 당신도 입술에 무슨 벙어리 장애가 있거나 감정판 어딘가에 고장(故障)이 나지 않았다면 그런 감탄사(感歎詞)를 쏟아놓는데 전혀 망설이지 않을 거다.

‘연못·수목 등 조경설계(造景設計)며 기둥·보·지붕 등 건축구조 거기다 조형예술과 그 메시지(Messa ge)까지….’

이제부터 그 건물명세(建物明細)를 알아봐야겠다. 아무래도 청문(聽聞) 방식은 그걸 명료하게 강론하는 데는 아주 유용하다.

먼저 경회루는 언제 초축(初築)을 하고 또 재축(再築)하였느냐?
‘조선 태종12년(1412년)에 창건했고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고종 4년(1867년)에 재건했다.’

그리고 그 용처(用處)는 무엇이더냐?
‘왕실 직속의 영빈관(迎賓館)으로 나라에 대소 경사(慶事)가 있을 때 축하연을 베풀던 곳이다.’

다음 그 규모(規模)는 어떠하더냐?
‘건축규모는 남북으로 113m, 동서로 128m 인공방지(方池)에 정면 7칸, 측면 5칸 총 35칸이다… 공포에 출목(出木)이 없는 이익공계로 팔작지붕에 2층 누각이다.’

그러나 진정한 답사꾼이라면 경회루(慶會樓)의 작명미학(作名美學)을 발견해야 한다. 그렇다면 경회루는 그 건축학적 언동(言動)이 무엇이더냐?

경회루가 표방하는 건축이념을 역사기록으로 남긴 것은 조선 창업 공신 하륜의 경회루기(慶會樓記)이다. ‘경회(慶會)는 임금과 신하가 덕(德)으로 만나는 것이니 사람을 얻은 후에야 경회할 수 있다’는 것은 경회(慶會)는 근정(勤政)의 근본이 된다는 뜻일거다.

그러나 ‘경회’ 해설이 그 작명의 뜻을 알똥말똥하게 하는 것은 너무 현학적(衒學的)이기 때문이다.

이 천학은 엉뚱한 우문(愚問)과 우답(愚答)을 던져 보겠다.

알다시피 태종은 1398년 왕자의 난을 일으켜 이복형제 세자 방석 등을 무력으로 죽이고 집권한 쿠데타 군주이다. 그러하니 태종(재위:1401년~1418년)은 항시 왕통(王統)의 정통성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아무튼 경회(慶會)라고 작명한 것은 바로 왕자의 난으로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해보려는 의지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 작명미학에 학습 가치를 더 부가하려면 경회루 편액의 서필(書筆) 주인공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편액 글씨의 주인공이 누구이더냐?

“신헌(申櫶:1810~1884)이 경회루 글씨를 썼지요… 고종 때 중추부 판사(判事)를 지내며 강화도 조약을 체결한 분이지요… 그러나 초축(初築) 당시의 현판글씨는 양녕대군(讓寧大君)이 쓰셨지요… 태종의 첫째 아들이며 세종의 형이죠… 그의 서풍(書風)은 원나라 조맹부체를 닮았고… 그 글체는 먹선이 굵고 강건하되 아주 과묵하다지요… 거만한 중국 사신들도 그분의 일필휘지(一筆揮之)를 접하면 그만 혀를 내둘렀다지요.”

당신은 양녕대군이 세자(世子)이기 때문에 그를 괜히 후하게 평론하려는 게 아니냐고 핀잔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서예가들은 그 세자를 당대 최고의 명필가(名筆家)로 꼽는데 이론이 없다. 무엇보다 그의 서체 실력이 탁월하다는 것은 현존하는 숭례문(崇禮門) 글씨가 잘 말해주고 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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