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종의 ‘경회루연가(慶會樓戀歌)’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1-30 19: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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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근(노원구청장) 경회루에 올라서 만일 중종의 연가를 부른다면 그의 눈시울은 젖어 있을 거다. 하여간 이 천학(淺學)은 ‘중종의 로망스(Romance)’라는 화두로 말할 터이다.

“연산군은 임금의 도리를 잃어 폭정(暴政)을 일삼았지요… 이에 박원종·성희안 등은 1506년 반정(反正)을 일으켜 연산군을 몰아내지요.”

문제는 반정 후 ‘누구를 왕으로 옹립(擁立)할까’로 시작된다.

“반정세력(反正勢力)들은 폐주(廢主) 연산군의 아들은 절대 임금이 될 수 없으니… 이복형제 진성대군(성종의 계비 정현왕후 소생)을 옹립해야 된다고 하고… 연산군의 정권에서 좌의정을 지내던 신수근(연산군과 처남·매부 사이)은 그래도 법통(法統)으로 볼 때 연산군 소생이 왕(王)에 올라야 한다고 상반된 주장을 펴지요… 결국 반정세력들은 그를 죽이고… 진성대군을 중종으로 옹립하였어요.”

그러나 반정세력들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단경왕후(端敬王后)는 대역죄인 신수근의 딸이니 어찌 염치없이 왕비(王妃)의 자리를 지키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반정세력들은 그를 영희전(중구 중부경찰서 자리)으로 퇴궐(退闕)시켰어요…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그것마저 용납하지 아니하고 폐서인(廢庶人) 시켜 사가(私家)로 내쳤지요.”

그 사가(私家)가 인왕산에 있는 원래의 생가(生家)이다.

여기부터 경회루의 연가는 확장되기 시작한다.

“폐서인(廢庶人)이 된 단경왕후는 그의 남편 중종이 생각날 때면 그 바위에 올라 궁궐을 바라봤어요… 붉은 치마를 궁궐에서 잘 보이는 곳에 널어놨어요… 그리고 중종에게 밀서(密書)를 보냈어요.”

‘전하! 지금 정국(政局)은 매우 시끄러워요… 옥체(玉體)를 잘 보전하셔야죠… 인왕산 너럭바위에 붉은 치마가 보이면 당신의 부인이 아직은 살아있는 걸로 알아요!’

“반정세력들은 왕비문제는 종사(宗嗣)의 큰일이니 사사로운 정(情)에 끌리지 말라는 거죠… 지금 당신을 다시 궁궐로 데려오면 그들이 가만히 안 놔둘 거고… 참으로 애통한 일이지요.”

‘당신이 퇴궐(退闕)당한 후 대통(大統)을 잇기 위해 부득이 장경왕후를 계비(繼妃)로 맞아 들였어요… 그러나 세자 인종(재위:1544~1545년)을 낳고 죽었고… 웬지 동궁(東宮)에는 불까지 나서 세자가 큰 화(禍)를 당할 뻔 했어요… 아무튼 정국(政局)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시지요.’

중종의 단경왕후에 대한 사랑은 조선왕조실록이 잘 증거하고 있다. 박원종, 성희안 등 반정세력이 그 왕비를 퇴궁(退宮) 시키려할 때 중종은 ‘조강지처(糟糠之妻)를 어찌 그리 할 수 있느냐!’며 크게 상심(傷心)했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중종은 자주 경회루에 올라 몰래 인왕산 너럭바위를 바라보며 치마가 있는지를 훔쳐보았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단경왕후가 중종을 보고 싶을 땐 어떻게 하였을까?

사직단(社稷壇) 야사(野史)에는 ‘단경왕후’ 러브스토리(Love Story)가 전해온다.

“사직대제를 지내기 위해 중종과 그 일행이 사직단(종로구 사직동 소재)에 오는 날이면 왕비는 쇠죽을 쒀서 그 말(馬)들에게 먹였다고 하지요… 아마 중종의 근황(近況)을 살피려 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중종의 경회루 연가는 죽어서도 결코 끝나지 아니했다.

“중종과 단경왕후의 그런 애절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음택동거(陰宅同居)의 인연도 없는지… 중종이 1544년 11월에 57세로 승하(昇遐)하여 정릉(靖陵:강남구 삼성동 선정릉 소재)에 묻혔고… 단경왕후는 1557년에 승하(昇遐)하여 장흥면 일영리에 묻혔어요… 1739년 영조 15년에 폐서인(廢庶人)에서 단경왕후로 추존되어 온릉(溫陵)으로 복원됐지만… 여전히 음택별거(陰宅別居)를 하고 있지요… 그렇다고 계비 장경왕후(고양시 서삼릉 소재)나 문정왕후(노원구 태릉 소재)와도 함께 있지도 못하고요.”

세상 사람들은 중종의 ‘경회루연가’를 태조 이성계의 ‘신덕왕후의 비련가, 단종과 정순왕후의 ‘영도교 이별가’와 함께 조선 역대 제왕의 3대 러브스토리(love story)라고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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