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태전(交泰殿)·건순각(健順閣)·아미산(峨嵋山) 등등….
먼저 이 천학은 구중궁궐의 키워드(keyword)를 발견하기위해 풍수지리학상 ‘사괘원리(四卦原理)’를 교태전의 건축학적 메시지(message)에 접수시켜 볼터이다.
“풍수지리에서는 24방위 개념을 쓰고 있어요… 그중 동서남북에 해당하는 것이 건곤감리(乾坤坎離)이지요… 건(乾 동쪽)은 하늘·봄·인(仁)·남성을 뜻하고… 곤(坤 서쪽)은 땅·여름·의(義)·여성을 가리키고… 감(坎 북쪽)은 달·겨울·지(智)·음(陰)을 말하고… 리(離 남쪽)는 해·가을·예(禮)·양(陽)을 의미하지요.”
그러니까 남녀음양이 서로 교합(交合)하여 왕자를 생산 한다는 뜻이다.
사실 유난스럽게 호기심이 많은 궁궐 답사꾼이라면 아마 옛날 궁중생활에 궁금한 점이 많을 거다.
무엇보다 첫째는 ‘어느 전각이 왕비의 산실이냐’일 거고 둘째는 ‘왕실의 이동식 화장실은 무엇이냐’이며 셋째는 ‘아미산은 무엇을 하는 곳이냐’등등 일거다.
그런데 오늘 뜻밖에도 우리 일행은 대충이라도 그 궁금증을 해소 할 단서와 만났다.
바로 왕비 산실(産室) ‘건순각(健順閣)’과 이동식 변기 ‘매화틀’ 그리고 왕비의 정원 ‘아미산(峨嵋山)’과 만난 거다.
그렇다면 먼저 건순각의 산실(産室)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러나 막상 내가 건순각 산방(産房)을 들어가려하니 발걸음이 멈추어진다. 왕비가 출산하는 곳이니 절대 누설해서는 아니 될 천기(天機)라도 있다는 말일까?
여하튼 이 천학은 그 산방을 훔쳐보기 위해 관음증(觀淫症) 환자처럼 방문을 살짝 열었으나 기대는 실망이었다.
“예사 방과 아무것도 다른 것이 없어요… 사실 왕비도 똑같은 산모(産母)이거늘… 무엇이 다르겠어요….”
그러나 그 당시 산실청(産室廳)의 실화(實話)를 수강하고 나면 능히 그 실망을 보상받을 거다. 조선왕조실록은 그런 실화(實話)를 빼먹지 않았다.
“알다시피 왕비가 태기(胎氣)가 있으면 내의원(內醫院)에서 산실청을 열지요… 그러나 산실청 관리들은 그 뒷바라지를 하는데… 자칫 산모(産母)와 원자(元子)가 잘못되는 날이면 큰 낭패를 당하지요.”
그렇다면 산실청 실화는 무엇이더냐?
“선조 36년 1603년 3월경에 중전 산실청을 처음 열었지요… 의관(醫官) 3명이 근무 했는데… 선조 13년 그러니까 1635년 12월에 대행왕비(大行王妃)가 원자(元子)를 분만했지만… 불행히도 산모는 산후 7일 만에 죽었어요.”
그렇다면 의관(醫官)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산후조리를 잘못한 죄로 잡혀가서 엄한 꼴을 당했지요.”
둘째로 궁금한 것은 이동식 화장실 ‘매화틀’ 얘기이다.
“왕과 왕비는 행차도중 때로는 급하게 일을 봐야 될 때가 있지요… 그때는 이동식 변기가 필요한데 그것이 ‘매우틀’이지요… 매우(梅遇)에서 매(梅)는 대변을 우(遇)는 소변을 말하는데… 그 변음(變音)이 돼서 매화(梅花)틀이 됐어요… 그 크기는 높이 21cm, 너비 39.5cm,길이 48.3cm정도 되고 목재로 만들었지요.”
셋째로 궁금한 화제는 교태전 아미산(峨嵋山)의 조경연출이다.
알다시피 아미산 화계(花階)는 태종이 경회루에 큰 연못을 만들 때 그 곳에서 파낸 흙더미로 만든 후원(後園)이다.
왜 하필이면 아미산으로 이름을 붙였을까?
“아미산은 상상의 산이 아니라 중국 산동성(山東省)에 실존하지요… 명찰(名刹)과 절경 때문에 중국 4대 불교 성산(聖山)이 됐지요… 복호사·보국사 등 무려 70여개 명찰이 있고… 무엇보다 운해·일출·불광(佛光) 등이 빼어나죠… 그런 연유로 그 산의 이름을 차용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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