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가족 구성원 사이의 관계도 지금과 같은 어른 위주의 수직적 위계질서에서 벗어나 가족 구성원 모두의 수평적인 대등한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보호-피보호의 관계가 보여주는 명령-복종의 관계에서 벗어나, 함께 연대하면서도 개별성을 인정해 주는 가정으로 새롭게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한 가정에서 부모는 자식이 14세 이상이면 그를 친구로 받아들이며, 18세 이상의 자식들에게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격자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서로 깊은 연대를 맺으며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가정을 이룩할 수 있다.
가정의 구성에서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협의체적 가정 모임이 정례화되어야 한다. 일종의 관습적인 이러한 모임이 깊은 연대적 기반 위에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매주 저녁식사를 같이 하면서 일주일 동안 집안의 중요한 일들과 대소사를 의논하고 나아가 경제적인 문제들, 즉 수입과 지출의 전반적인 경제 사정을 이야기하고 토의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이 점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다 함께 참여하는 ‘우리 집’, 즉 협의와 협력과 깊은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새 가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전제로 할 때 지금 우리의 가정은 전통적인 영향과 그 한계 그리고 변모된 시대적인 충격으로 혼돈 속에 놓여 있다. 아직도 가정의 구성원, 즉 가족 사이에는 어른 중심의 권위적인 성격이 지배하고 있다. 여기에서 벗어나 사랑과 헌신으로 이룩된 가정이 새롭게 마련되어야 한다. 결코 수직적인 권위주의적인 관계로는 그 의미를 되살릴 수 없다. 가족의 구성원 사이에 사랑에 의한 관계로 진정한 가족애가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성격의 가정을 나는 ‘새 가정’이라고 지칭한다.
‘새 가정’을 이룩하기 위해서 진정한 의미의 ‘가정보호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새 가정’을 일구는 일을 단순히 법으로 이룩할 수는 없다. 관습과 관념, 생활의 태도에도 변화가 뒤따라야 하고, 전반적인 사회관계도 변해야 한다.
가정은 국가와 사회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한다. ‘새 가정’을 이루기 위해 결혼한 신혼부부에게 정부는 최소한 다음의 조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1) 정부나 사회단체는 새로 꾸민 가정에 대해서 100년간의 할부로 납부하는 일정한 주거공간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취업직원 500명 이상의 기업체는 직원사택제도로서 공동적인 회사주택단지도 적극 활용할 만하다.
2) 3자녀 이상 양육하는 가정의 부모에 대해서는 정부에 의한 취업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들에 대해서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일정한 직장을 제공하여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가정을 이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3) 3자녀 이상 가정의 육아 비용과 교육비는 국가가 전액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물론 2자녀 이하의 경우에도 이에 합당한 국가 지원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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