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등산만큼 편한 운동도 없다. 그저 걸을 줄 알고, 신발 한 켤레만 있으면 된다. 다른 특별한 연습이나 훈련이 필요 없이 즐길 수 있다. 혼자 가도 좋고, 벗이 있다면 함께 오르는 산행은 더욱 정겹기만 하다. 게다가 잘 만들어진 등산로만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할 것이다. 하지만 청계산은 너무 많은 이가 다녀간 탓에 등산로가 상당히 망가져 있었고 흙산이다 보니 비가 오면 등산로는 뻘로 되었고 눈이 오면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더욱이 가뭄에는 심한 먼지도 흩날려 등산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었다.
때문에 등산로 정비가 필요했다. 황토길이 많은 청계산은 다른 방법보다 계단목을 설치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그 비용을 구청의 예산으로 집행하기에는 의미가 반감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청계산을 오르는 등산객들 스스로 등산로 정비에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계단목을 기증하고 거기에 각자의 이름과 남기고 싶은 사연을 기재해 놓는다면 가파른 산길이라도 계단 하나하나에 새겨진 풋풋한 사연들을 읽으며 쉽게 오를 수 있으리라. 이 생각은 곧 결실로 나타나 총 616명의 지역주민이 참여해 1132개의 계단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구에서는 관내 기업의 협조를 얻어 산허리 중간 중간에 등산객의 여유로운 산행을 위해 3개의 아늑한 쉼터도 만들어 놓았다.
이처럼 구청의 창의적인 발상과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청계산이 명품으로 탈바꿈 된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청계산 엘레강스 프로젝트는 쉼없이 진행할 것이다.
사람들은 산을 오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청계산 계단목에 씌어 있는 사연을 보면 알 수가 있다. 등산 중 부자가 나눴을 “아들아!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단다”라는 말은 오히려 평범하다. “○○아, 천국에서 영원한 행복을…”이란 글귀는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가 홀로 산을 오르며 곱씹은 슬픔일 게다. 또 “늦게 만나 이룬 사랑,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 예쁘게 살아요”는 어느 만혼의 부부가 두 손 꼭 잡고 함께 산을 오르며 나눈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다.
청계산은 그렇게 기증받은 계단목으로 인해 등산객들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청계산을 오르며 새 단장한 모습에 탄성을 자아낸다. 기발한 생각과 훈훈한 글귀 그리고 멋진 등산로…. 어느새 산은 사람을 받아들이고, 사람은 산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청계산이 비로소 진정한 명품이 된 것이다. 구름사이로 찬란한 황금빛 해님이 살포시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사람들은 산을 오르며 내일의 희망을 얘기한다.
“여러분! 바쁘지 않으시면 이번 주말에 저와 함께 청계산에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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