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되지 못한 사랑도 안타깝습니다. 수줍은 순정을 용기를 다해 편지나 다른 매개체를 통해 전달했는데 그것이 예기치 못한 다른 일로 전달되지 못했을 때, 결과를 기다리는 고백자의 초조와 불안은 고통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을 사랑한다는 것, 그 자체는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결혼생활 2년째가 되는 젊은이가 있습니다. 2주년 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아내와 꼬마가 심한 독감에 걸려 계속 코를 풀어대고 있었습니다. 감기로 정신을 못 차리는 아내와 아이가 안쓰럽기도 했지만, 결혼기념일에 외출도 할 수 없는 것이 안돼서 결혼기념일 전날 밤 아내가 사용하고 있는 두루마리 휴지에 수성 펜으로 사랑의 편지를 써서 전화기 위에 올려놓고 아침에 출근을 했습니다. 앓고 있는 아내가 읽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하루 종일 결과를 궁금해 하면서, 저녁때 꽃을 사들고 서둘러 퇴근을 했습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내가 소리를 쳤습니다. “당신, 도대체 휴지에 무슨 장난을 친거야. 아침나절 아이 녀석이 휴지를 찢어 얼굴을 문질렀는데 온통 검둥이가 되었잖아!”
꽃다발을 건네주며 내막을 말하자 아내는 웃으며 꽃을 받았습니다.
이튿날, 아내는 전날의 일이 미안했던지 일찍 아침을 차려주고 곱게 접은 손수건까지 건네주며 “감기 조심해”라고 하면서 윙크까지 했습니다. 기분이 좋아 출근을 했고, 점심 후 사원들과 커피를 마시다가 재치기가 나와 아내가 준 손수건을 꺼내 ‘팽’하고 코를 풀었습니다.
퇴근 후 들어오는 남편에게 “손수건 펼쳐봤어?”라고 물었습니다. “응 아주 잘 썼어”라고 대답하자, “어떤 구절이 제일 맘에 들어?”라고 되물었습니다. “무슨 말이야?” 알고 보니 아내는 손수건 위에 편지를 써서 전했던 것인데 코만 풀고 알았던 것입니다. 부부는 코푼 손수건을 빨기 위해 물에 담그면서 행복하게 웃었습니다. “편지를 못 읽었으면 어떠랴. 어떻게든 사랑의 마음이 오갔으면 됐지….”
그렇습니다.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사랑이라도 사랑하고 있는 마음이라면 벌써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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