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3-13 19: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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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종 하(농림부 국제농업국장)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늦게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IT, 자동차, 철강, 전자 등 세계 최고를 뽐내는 분야가 많다. 60년대 형편없는 개도국에서 2000년대에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선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이다.

온 국민의 엄청난 노력과 피땀으로 ‘올리브 나무’에서 시작해 ‘렉서스’를 만들어낸 대단한 국가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렉서스’는 더 빛이 나 보인다.

이처럼 ‘렉서스’가 위용을 뽐내는 사회에서 농업이라고 해서 ‘렉서스’가 되지 말란 법은 없고 실제로 농업에도 많은 ‘렉서스’가 탄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도가 다른 산업에 비해 느리고 숫자가 적다 보니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것이 현실이다.

우루과이라운드 이래 우리 농업도 ‘개방화, 국제화’의 길을 많이 걸어왔지만 아직도 취약한 부분이 있고 경쟁력이 뒤처지는 부분이 있다. 부단하고 비상한 노력을 통해 개방에도 끄떡없는 농업도 있지만 농업이란 산업이 자연환경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기에 품목에 따라서는 이러한 취약성을 태생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농업의 미래 둘러싼 갑론을박 한창

농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이하로 떨어졌고 국가 전체 재정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고 있다. 현란한 ‘렉서스’가 위용을 자랑하는 시대에 ‘올리브 나무’가 설 자리는 점점 없어져 우리는 해마다 늙은 ‘올리브 나무’를 베어내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스위스 제네바에서 벌어지고 있는 WTO 협상, 당장 뜨거운 감자가 되어 우리 사회가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는 한미FTA, 이 가운데는 어김없이 제일 자주 등장하는 화두가 농업이고 지금도 한미FTA가 타결되면 ‘우리 농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한미FTA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될 것이며 어떤 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타격을 받는 산업이 농업이 될 것이란 점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개혁과 변화가 우리가 나가야 할 길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엔 온갖 종류의 삶이 공존하고 그 중에는 개혁과 변화가 힘에 부치는 사람들도 있다. 개혁에서 소외되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들,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우리 세상의 한 모습이라면 그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란한 ‘렉서스’의 위용에 비교하면 ‘올리브 나무’는 삶을 피곤하고 거추장스럽게 만드는 애물단지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올리브 나무’는 우리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올리브 나무’가 다 사라지고 판에 찍은 듯 똑 같은 ‘렉서스’만 남아있는 세상은 아니지 않을까?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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