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과 국가이미지 홍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3-29 19: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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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재 웅(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장) {ILINK:1} 얼마 전 벨기에 동양학도서관의 비르지니 알라부안느(Virginie Alavoine)씨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한국에서 귀한 도서와 자료들을 보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해외홍보원이 백남준의 일대기를 담은 비디오를 비롯해 한국을 소개하는 간행물을 해외 유수 도서관에 보낸데 대한 반응이다.

이런 편지를 받을 때마다 보람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곤 한다. 그동안 정부 여러 기관이 나서서 해외에 한국을 알리는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도 해외에 한국을 소개하는 자료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 그동안 해외홍보와 유관된 기관들이 손을 놓고 있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나름대로 여러 기관들이 오랫동안 해외에 한국소개 자료를 보내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국제교류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등이 중심이 돼 학술 연구자료를 외국 대학 도서관이나 한국학연구소에 지속적으로 보급해 왔다. 또 국립중앙도서관도 교류협력 도서관에 정부간행물 등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도서관에서 한국관련 자료를 찾아본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는 제대로 된 한국소개 자료가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것도 오래된 것들이 많아 오늘의 한국을 제대로 알리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국가이미지 관리차원에서 해외홍보원이 현지조사를 해보니 역시 실망스러운 수준임을 재확인했다.

미국을 비롯해 12개국 24개 주요 도서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관련 자료가 절대 부족했다. 도서관 당 평균 583부 정도를 구비하고 있는데 불과했다. 그나마 외국어로 된 자료는 32%에 불과했고, 70%가까이가 우리말로 된 자료였다. 비영어권의 경우는 그보다 훨씬 열악했다.

해외에 한국을 알리는 일은 외국인에게 필요하고 눈높이에 맞는 컨텐츠 확충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외국어로 된 한국소개 컨텐츠가 더 풍부해져야 한다. 일반적인 한국소개서뿐만 아니라 전문 분야별로 심도 있는 외국어로 된 한국관련 자료가 더 많이 발간돼야 한다. 분야별로 외국어로 된 컨텐츠를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에 앞서 언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 번역인력을 육성하는데 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전문인력 부족을 탓하고 좋은 컨텐츠가 나오기만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좋은 컨텐츠만 구비한다고 모든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해외용 한국소개 컨텐츠를 확충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이용자들이 필요한 곳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자료를 만들더라도 필요한 기관에 전달되지 않거나 배포가 됐더라도 제대로 비치되고 관리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일부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해외 도서관내 ‘자국 전용공간’ 확보사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는 해외 자료보급 방식의 핵심은 ‘관리공간의 일원화’다. 자국관련 자료를 도서관내 한곳에 집중시킴으로써 체계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하고, 정보수요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해외홍보원은 올해 해외 주요 도서관을 선정, 한국전용 열람실 또는 전용서가를 설치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을 소개하는 도서와 영상물, 멀티미디어 자료, 한국학 전문도서, 한국어 교재 등 각종 한국관련 자료를 망라할 계획이다. 한국에 관한 최신자료를 정례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살아 있는 한국의 작은 도서관’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해외에 한국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국민과 기업, 학계 등 각계 각층의 지원과 협력이 긴요한 사업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 11위의 소득규모를 갖고 있는 나라가 되었고, 우리 경제의 73%를 해외교역을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기나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해외에 내다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상품경쟁력, 국가경쟁력을 꾸준히 높여가려면 한국을 해외에 바로 알려 한국에 대한 국가이미지를 함께 높여나가야 한다.

해외 진출 기업이 지역사회 도서관과 직접 자매결연을 맺어 한국전용 열람실을 개설하고 자료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준다면 어떨까. 기업 입장에서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기업 이미지를 심어주면서도 국가이미지를 제고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도서관들이 외국 대학도서관간의 교류협정을 맺고 각종 자료를 교환 기증하는 방안도 검토할만한 모델이 될 것이다. 한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는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해외에 보급한 자료 하나가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코리아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북핵, 경제문제 등 현안에 대한 대응 홍보가 시급하고 중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해외한국소개자료 보급사업은 국익 차원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다. 이 사업이 꾸준히 추진될 수 있도록 각계의 적극적인 협력과 동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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