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에서 (5)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4-18 17: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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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봉(변호사) 譯 “지방공공단체에서는 잉글랜드 웨일즈가 연간 14억 파운드, 스코틀랜드가 2억 파운드 사용하고 있으며, 그 절반은 지방세 납부자의 돈으로, 나머지 절반은 국세 납부자의 돈으로 조달되고 있습니다. 신문기자의 지방의회 방청을 인정하고자 하는 첫째 목적은 이런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기 위한 것입니다.”

그녀는 숫자를 구사하여 왜 지방의회에서 신문기자의 방청을 인정해야 하는지를 알아듣기 쉽도록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 의회의 궁극적인 기능은 행정부문의 사정을 우선하는 게 아니라, 시민 자유의 옹호라는 것을 의원 여러분이 고려하시기 바랍니다”라고 결론을 맺었다.

처녀 연설은 성공했다. 27분간 메모를 보지 않고 숫자를 구사했으며 게다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데일리 텔리그래프’지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논의가 많은 복잡한 법안을 메모도 보지 않고 30분 동안이나 연설한 것은 각료급이었다. 그녀에게는 하원의 무드를 장악하는 섬뜩할 정도의 본능이 있었다. 이것을 장악하려면 몇 년이나 걸리고,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코 장악하지 못하고 끝나버린다고 한다.”

법안은 상임위원회의 정부측 대표 키스 조셉 의원의 충고로, 신문기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방청도 허락하는 것으로 수정되어 하원을 통과했다. 이후 대처는 키스 조셉을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신뢰하게 된다.

조셉 의원, 브룩 주택지방자치장관의 후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법안이 통과된 최대의 요인은 대처의 처녀 연설이었다. 이 연설에 의해 그녀는 정치가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았던 것이다.

다만 아이러닉 한 것은, 연설 속에서 그녀가 “독재적 행동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억제는 신문에 의한 정보의 공개입니다”라고 말한 점이다. 수상이 되어서 신문과 종종 대립하고 신문을 싫어하게 된 것은 ‘독재적 행동’을 취하게 되었기 때문일까?

그녀는 처녀 연설에서 연설이 능숙하다고 평가 받았다. 그 후에도 종종 강연을 의뢰 받게 되어 당의 선전 역으로 등단했다. 지방의회에 신문기자, 일반 시민의 방청을 인정하는 공공단체법의 제안자이기도 해서, 그 해 지방선거에서는 당을 대표하여 텔레비전에 출연하여 당의 정책을 설명하는 큰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날카로워 귀에 거슬리기도 했으나 젊고 아름다웠으며 게다가 말이 분명했기 때문에 당 본부는 대처를 중용했다.

당과는 관계없는 강연을 의뢰 받는 경우도 많았다. ‘젊은이용 패션 대회’에서 ‘보기 싫지 않은 학생 제복’에 대해 이야기한 적도 있다. 그 해 ‘맹인을 위한 대 런던 기금’이라는 단체가 ‘1960년도의 여성’ 6명 중 한 명으로 대처를 뽑아, ‘역사상 가장 좋아하는 여성’이라는 연제로 그녀에게 강연을 의뢰했다. 그때 대처는 안나 레오노웬스(Anna Leonowens)를 꼽았다. 안나는 ‘안나와 샴 왕’의 저자, 암으로 쓰러진 율 브린너 주연의 뮤지컬 ‘왕과 나’의 원작자이다.

안나는 태국 왕실에 서양 매너를 가르치기 위해 태국에 파견되었다. 그녀는 왕과의 갈등, 보수파의 반발 등을 극복하여 태국에 서양의 기풍을 전달하려고 했다. 그것이 태국에 바람직한지 여부는 별도로 하고 안나가 강한 사명감을 가지고 미지의 일과 분투한 것은 분명했다.

사명감을 가지고 난제에 부딪치는 것, 그것이야말로 대처가 가장 좋아하는 살아가는 스타일이며, 스스로에게도 부과한 인생의 목표였다. 안나가 살아가는 스타일은 대처가 살아가는 스타일이기도 했던 것이다.


※본란에 연재되는 내용은 구로이와(黑岩徹) 원작을 정인봉 변호사가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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