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선거기간이라 하더라도 헌법에 보장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자의적으로 금지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이라는 규정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모호한 내용이다. 해석에 따라서는 거의 모든 집회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허위사실이 대통령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줬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선 무효로 하고 재선거를 치른다”는 조항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줬다고 인정하는 문제 역시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의 것이다. 도대체 ‘중대한’ 영향을 주었는지, ‘사소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누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시키는 조항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할만하다. ‘선거일 기준 3년 이내에 국가로부터 보조금 또는 지원금을 받은 시민단체’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시민단체가 선거운동을 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은 시민단체들 차원에서 신중히 판단되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를 법으로 막아놓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다. 시민단체가 국가의 지원금을 받는다고 해서 정부의 홍위병처럼 간주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가 하면 심지어’후보 단일화’ 방송토론 등을 금지하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후보간에 있었던 후보단일화 토론같은 것을 막자는 취지이다. 범여권이 시도할 수 있는 막판 단일화의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내용으로 풀이된다.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갖고 있는 피해의식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우려하는 문제들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적지않다. 특히 흑색선전을 통해 허위사실들이 유포되어 선거전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막아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현행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처벌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굳이 민주주의의 틀을 흔드는 입법을 하지 않더라도 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해서 선거를 입막고, 귀막고, 계엄령같은 분위기 속에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느 정도의 부작용과 혼란이 빚어진다 해도 민주주의의 비용으로 감내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국민들이 내리게 되어 있다. 법으로 모든 것을 다 막으려 하기보다는,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는데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 아쉽다. 이번에 내놓은 법안들은 한나라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 차원의 근본적인 재검토와 철회가 필요해 보인다. 빈대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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