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상대방의 처지와 요구를 좀 더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자신의 요구를 되돌아봄으로써 상대방과 자신의 요구가 만나는 접점을 찾게 되어 협상의 실마리를 마련하게 된다. 상대방의 말에는 귀를 막고 끝까지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것은 싸움이지 협상이 아니다.
둘째,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봐야만 가장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상대방은 무엇이 억울하고, 무슨 말을 하고 싶으며, 이 협상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그의 입장이라면 이 협상에 어떤 카드를 쥐고 나올지, 또 어떤 시나리오를 짜서 협상에 임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양쪽 모두 얻는 것이 있어야 협상이 된다. 그러려면 양측 모두 얼마간 양보를 해야 하고, 그래야만 협상이 커다란 진통 없이 진행될 수 있다.
전세금을 올려 받으려는 집주인과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세입자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럴 때 각자의 입장만 고수한다면 언짢은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조금 양보해서 ‘그래, 내가 갑자기 전세금을 올리면 당장 그 큰 목돈이 어디서 나오겠어. 올리더라도 조금만 올리자’ 또는 ‘부동산 시세가 많이 올랐으니 전세금을 조금 올려달라고 해도 말이 되겠지. 한 번 말을 해보고 얘기를 들어보자’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협상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어려운 협상일수록 자기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상대방의 가장 절박한 상황을 배려하고 인정할 수 있다는 자세를 상대방이 알게 해야 한다.
부부 싸움의 경우를 보더라도 사소한 문제로 한 치의 양보 없이 자존심 대결을 하다가 감정이 상하면서 심각한 분위기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논리를 먼저 순순히 인정하고 자신의 주장을 펴는 기술은 부부 사이에서도 꼭 필요하다.
“당신 말이 맞아. 내가 당신이라도 무척 속상했을 거야.”
상대방의 감정과 처지를 수용하여 그의 마음을 열어놓지 못하면 정작 해야 할 말은 입 밖에 꺼내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듣고 그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상대방에게 그렇게 해줄 수 있다는 열린 태도를 취해야 한다.
협상은 사람 사이의 일이라 상대방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협상에서는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 자신의 약점일지라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이미 드러났거나 조만간 드러날 약점이나 치부를 감추거나 부인하다가 상대방의 신뢰를 잃으면 그 협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또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이다.
하청업자 두 사람이 더 나은 협력업체를 선정하려는 회사를 찾아갔다. 이때 거래 회사의 담당자는 다음 같은 두 가지 자세를 가진 하청업자 중 어떤 쪽을 선호할까? 우선, 상대방이 잘 모르는 업계 현황과 관행을 들먹이며 밀어붙이려는 태도를 보이는 업자가 있을 것이다.
“부장님이 업계 상황을 잘 모르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저희만 그런 게 아니라 이쪽 분야에서 최고라는 어떤 회사를 데려다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우리 회사니까 이 정도라도 하는 겁니다.”
반면 자기가 부족한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얘기를 시작하는 업자가 있을 것이다.
“사장님 말씀이 옳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사장님의 요구를 받아들이기에는 저희가 아직 부족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저희랑 사장님이 함께 채워가야겠지요.”
확실히 전자보다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후자가 신뢰를 얻기 쉽다. 이처럼 협상에서는 신뢰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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