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가로서 성공하고 싶다면 당신의 업무를 일종의 첩보 수집으로 생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협상가로서 성공하기가 쉽다. 수많은 정보들이 당신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미국의 첩보 조직인 CIA나 FBI의 정보원들은 전세계 모든 국가의 주요 정부 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서류철을 작성해 두고 있다. 이 서류철들은 정부 지도자들에 대한 세밀한 사실(나이, 군대 계급, 알려진 건강문제 등등) 등과 더불어 그들에 대한 폭넓은 심리적 특징 또한 담고 있다.
일군의 심리학자들은 그 인물에 관해 알려진 모든 것을 분석해서 그 인물의 성격과 인성에 관해서 가능한 한 가장 입체적인 상에 도달하고자 한다.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기호와 기질, 대화방식, 조직 구성 방식 등 그 인물에 관한 모든 것을 알길 원한다.
왜 미국의 정부는 전세계적으로 요직에 있는 사람들에 관한 그토록 상세한 정보를 모으는 것일까? 미국 정부의 최상층 지도자들이 외교문제를 처리할 때 이 인물들과 주기적으로 상호영향을 주고받기, 즉 협상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상투구처럼 ‘아는 것이 힘’인 것이다. 다시 말해 협상 테이블 반대편에 앉아 있는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수록 협상과정에서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조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종’이라는 개념에 대해 좀더 말하고자 한다. 조종이라는 말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리 유쾌하게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조종이라는 말이 거의 나쁜 뜻으로 더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사람을 자기 뜻대로 부림’이라고 되어있다. 물론 대부분 조종이라는 것이 누군가가 뒤에서 나쁜 마음을 먹고 사람을 움직이는 상황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조종은 자연스러운 것이지 반드시 어떤 인간 관계, 혹은 협상에서 부도덕한 것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한 젊은 부부의 결혼생활에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대화의 한 토막으로 과연 조종이 어떻게 쓰여지는 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남편: 오늘 외식할까? 은은한 조명아래서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면서 스테이크를 먹는 거야. 어때?
아내: 근사하긴 하지만 이번 달은 생활비가 부족해요. 스테이크를 먹고 나면 생활비가 더 줄게 되니까 그냥 집에서 밥 먹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남편: 당신은 언제나 돈 생각만 하는군. 돈을 너무 아끼는 것 아냐? 쓰라고 버는 돈인데 너무 돈만 아끼니 사는 재미가 없잖아. 나도 가끔은 적당히 재미있는 삶을 누리고 싶다구. 궁상은 지겨워!
아내: 여보. 우리도 언젠가는 멋지게 외식하고 근사한 곳으로 여행 다닐 만큼 돈이 모일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낄 때는 아껴야 한다구요. 한 가지 멋진 생각이 났는데 냉장고에 스테이크가 있어요. 그걸 그릴에다 굽고, 샐러드도 만들고, 식탁엔 양초를 켜는 거예요. 양초조명 적포도주를 한 잔 곁들이면 근사한 우리 둘 만의 식사가 될 듯 한데 어때요?
남편: 음… 그거 좋은 생각이야. 당신과 결혼하길 정말 잘했어. 역시 당신은 센스가 있어. 당신이 스테이크를 녹이는 동안 나는 샤워를 하겠어.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아내가 남편을 능숙하게 조종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아챘을 것이다. 이 작은 협상에서 양쪽을 움직인 필요에 대해서 살펴보자. 남편은 그리 넉넉하진 않지만 그래도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 궁상떨고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고픈 필요로 인해 스테이크를 먹고 싶은 욕망이 있다. 아내는 가계의 재정상태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남편의 필요를 만족시켜 평화스런 부부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필요와 욕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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