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 시절 ‘6법전서’에 ‘불법’과 ‘탈법’을 포함시켜 8법이라 했고 전두환 시절에는 육사, 해사, 공사 위에 ‘보안사’가 있다고 했지. 법은 왜 있느냐고 물으면 자넨 뭐라고 대답하겠나. 지키기 위해서지. 그게 정답이야. 지키지 않을 법은 만들 필요도 없고 법을 만드는 국회도 비싼 비용 들이며 존재할 필요가 없지.
세상에 지켜야 할 규범은 많고 일일이 다 꼽을 수는 없으나 쉽게 대답한다면 ‘원칙과 상식’을 지켜야 된다고 정리할 수가 있겠지.
‘원칙과 상식’이 무너지면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네.
한나라 당의 병이 깊어가고 있네. 내가 한나라 당을 안 좋아하는 것은 세상이 알고 그래서 당이 망가지면 좋아할 일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싫은 것과 원칙이 무너지는 데 대한 비판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하네.
며칠 전 손석희 교수의 100분 토론을 봤네. 토론을 할 경우 대의와 명분에서 밀리면 왠지 표정에 자신이 없기 마련이네.
나경원 박형준 유승민 홍준표 등 네 명이 나왔는데 박근혜 쪽이 시종일관해서 당당하더군. 그 이유가 뭘까.
“기본원칙이 무너졌고 당헌당규도 무너졌고,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까지 무너졌다”
“고스톱 칠 때도 ‘룰’이 있지 않느냐, 고스톱은 치기 전에 ‘룰’을 정한다” “고스톱을 치다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룰’을 바꾸면 되느냐”
이것이 박근혜의 말인데 말은 맞는 말이네. 시정잡배들도 정한 ‘룰’은 지키는데 한나라 당이 지키지 않으면 어쩌느냐는 것이지.
그렇다면 무슨 ‘룰’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인가. 박근혜가 열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재섭이 낸 이른바 수정안이라는 것을 보면 여론조사 반영비율과 관련해서 “일반 국민투표율이 3분의2(67%)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도 이를 3분의 2로 간주하고, 여론조사 반영비율의 가중치 산정에 적용하자는 것’이네. 강재섭 수정안은 이명박 쪽에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일세. 문제는 여론조사 반영방식인데 대의원과 당원, 일반국민은 실제 투표소에 나가 투표를 하고 여론조사에는 투표가 없네.
그러므로 지금까지 여론조사 인원은 대의원, 당원, 일반국민의 유효 투표수를 모두 합친 것의 20% 규모로 실시해 왔네. 박근혜가 20%라는 ‘비율’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정해진 방식대로 하자는 것인데 강재섭이 수정을 했네. 여론조사 인원을 계산하는 데 투표율이 떨어질 것이 뻔한 일반국민 투표율을 3분의 2인 67%까지 확실히 보장한다는 것이지.
그러니까 투표율이 10% 가 나오든 30%가 나오든, 50%가 나오든 상관없이 67%로 끌어올려 여론조사 실시 인원으로 정하겠다는 거야. 이명박이 “미흡하다”면서도 강재섭 안을 받은 건 현행의 ‘룰’대로 하는 것 보다. 이롭다고 믿기 때문이네.
박근혜가 왜 가만히 있겠나.
박근혜 쪽에서는 “나라의 헌법 같은 당헌을 바꿔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대통령이 된 다음에 헌법조차 맘대로 바꿀 것”이라고 했네. 안 될 소리지. 혹시 종신대통령을 하겠다고 헌법을 바꾸면 어쩌나. 박근혜 쪽에서는 “외롭고 고독하지만 정의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네.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은 계속해서 열린 우리 당을 앞서고 있지.
이명박이나 박근혜의 여론지지가 정동영 김근태의 지지율은 물론이고 열린 우리 당에서 거론되는 모든 사람들의 지지율 전부를 합 친 것 보다 앞서고 있으니 당의 후보만 되면 대통령은 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겠지.
그래서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데 그런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네. 이명박이 당을 위해서 마지못해 수용했다는 이른바 강재섭 수정안이라는 것은 명백하게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네.
박근혜가 이명박에게 밀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룰’은 지켜야 한다는 박근혜의 주장이 옳다는 것도 사실이네.
정당의 존립기반은 국민의 지지라고 믿네. 그러나 요즘 한나라 당이나 열린 우리 당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 국민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 것 같네.
냉정하게 생각해 보세. 정치하는 인간도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네. 지금 자기들이 망쳐놓은 정치가 자기들의 후손에게 어떤 고통을 줄 것인가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정치를 개판으로 할 수 있겠나.
정치는 오늘만 보고 하는 것이 아니네. 내일의 희망을 심는 숭고한 작업이네.
이제 한나라 당도 ‘상식과 원칙’을 지키는 후보가 나오고 열린 우리 당 역시 그 같은 후보가 나와 국민의 공정한 심판을 받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지금 국민들은 간절하게 빌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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