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1)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6-06 19: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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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국제변호사) 협상 절차를 과학적으로 연구한 사람들은 협상에서 하는 시도의 상당 부분은 협상의 기한이 종료되기 직전에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협상에서의 시도라는 것은 곧 양보이다.

양보란 내 것이 될 수 있는 것을 상대방에게 넘겨주거나 포기하는 행위, 생각이나 주장을 굽혀 상대의 의견을 들어주는 상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무언가 바라지 않으면서 양보하는 일상의 행위는 도덕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협상에서의 양보는 조금 의미가 다르다.

첫째, 협상에서 당신이 양보를 한다는 것은 여유를 부릴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 협상을 종결지어야 할 절박한 상황이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은 그 절박함을 느끼고 당신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흥정하는 것에 더 뜸을 들일지도 모른다.

둘째, 양보를 한다는 것은 중요한 정보를 주는 것이 된다.

이중호 씨는 지금 자신이 타고 다니던 차를 두고 협상 중이다. 그가 차를 구입했을 당시에는 3000만원이었지만 중고차 시세로 2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일영 씨가 이중호 씨의 차에 흥미를 표했다.

“이 차를 얼마에 파실 생각이십니까?”

“새차는 아니지만 구입해서 타고 다닌 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고 상태도 아주 양호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싸게 해도 2000만원은 받아야겠는데요.”

“상태가 매우 양호하긴 하지만 그래도 몇 년 타고 다닌 건데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쨌든 중고차는 고장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어서요. 그리고 2000만원이라면 이 차를 사겠다는 사람이 그리 많을 것 같진 않은데요.”

“제가 사정이 좀 급해서 그런데 얼마를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절박한 상황인데다 경험이 없는 이중호 씨는 그만 그 자리에서 양보의 뜻을 비쳤다. 김일영씨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것은 당연하다.

“제 생각에는 1600만원이면 가능할 것 같은데요.”

이중호 씨는 협상에서 첫 번째 양보를 해버렸다. 이 행동은 구매자에게 자신의 상황이 절박한 상황이라고 알려주었다. 구매자인 김일영 싸는 시간적으로 다급한 판매자를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 절박함을 이용해서 협상한 것이다.

이중호 씨는 김일영 씨가 차 가격을 내려 말하자 문득 두려움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그가 혹시 차를 사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생각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그냥 팔려고 했을 것이다.
판매자인 이중호 씨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했어야 하는가?

우선 이중호 씨는 양보를 하려는 충동을 억제해야만 했었다. 그는 김일영 씨가 흥정 가격을 부르게끔 했어야만 했다. 흥정 가격을 부르는 사람은 이 협상에 있어서의 자신의 전체 구상을 밝히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중호 씨가 양보를 했을 때, 그는 결국 대폭의 하락을 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놀랍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미숙한 협상가들은 실수를 할 확률이 높다.

기한에서 오는 압박감이 감정을 통제 불능으로 만들게 내버려두는 대신 이중호 씨는 자신의 처음 호가를 강하게 고집했어야 했다. 인내심을 갖고 협상을 이루어 내고자 하는 의욕이 있다면 마침내 김일영 씨도 차에 대한 가격을 심하게 깍지 못할 것이다. 이중호 씨가 자신의 다급한 사정을 이야기하기 전에는 김일영 씨는 이중호 씨의 다급함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중호 씨는 매우 친절하고, 예절바르되 완강한 방식으로 협상을 개시해야 함은 물론이고 가격을 낮추지 말아야 한다. 그는 자신의 차가 매우 좋은 상태이며, 자신이 그런 가격을 제시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차가 현재 부르는 가격으로도 곧 팔리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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