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루즈, 900파운드 고릴라 (2)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6-20 20:33:46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김정기(국제변호사) 바람직한 협상 전략이 생산적이고 장기적인 비즈니스 관계로 이어지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자동차 회사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작은 회사들에게서 부품들을 조달해야만 한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대기업이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체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 대기업은 마치 독재자처럼 굴기 쉽다. 그들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되도록 자신들의 회사에 유리한 협상 조건을 내세울 것이다. 사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중소기업체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조건 인줄 알면서도 대기업의 요구사항을 맞춰주어야만 한다. 최소한의 사업유지만을 할 수 밖에 없는 협상조건이라 할 지라도 말이다. 아니면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측이 현명하다면, 그들은 사업 파트너의 어려움을 이해하여야만 한다. 최종 계약 협상할 때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해 주면서 공생하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이 욕심많은 고릴라와 다를 바 없다면, 작은 부품을 조달해주는 중소기업체의 어려움 따위는 무시해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 탐욕의 결과는 무엇일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궁극적으로 대기업이 손해를 보는 내용의 시나리오를 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 여러분은 분명 “주는 대로 받는다” 또는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불교신자들은 이것을 카르마의 법칙이라고 부르며, 이는 오늘의 행동이 내일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뜻한다.

대기업은 단기적으로 탐욕의 게임에서 이겼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존귀한 생명체로 태어난다. 천하고 귀함이 없으므로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명령받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기업은 중소기업체 사람들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그들을 마치 자신의 부속, 혹은 아랫사람인 것처럼 대했다. 대기업 사람들로부터 열등한 사람 취급을 받은 것에 대해서 중소기업인들은 화가 났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차별을 받았을 경우에는 가슴으로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정말로 화가 날 때는 복수할 방법을 찾게 마련이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결국 대기업의 탐욕과 몰인정은 끝내 스스로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체를 망쳐놨을 때, 그들은 지속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끊어놓았을 뿐 아니라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만 한다. 어쩌면 대기업은 나중에 정말 다급하게 자신들에게 부품을 납품했던, 그러나 자신들의 욕심으로 인해 거래가 끊긴 중소기업의 도움을 필요로 할 지도 모른다. 대기업은 다른 어떤 공급처에서도 구할 수 없는 부품을 주문해야 하는 일이 생기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버렸던 중소기업체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나 사업간의 거래나 언제나 한결같은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이 어느 순간 중요한 회사로 상장할 수 있고 대기업이라도 생명이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 상황이 그렇게 반전되면 다급한 것은 대기업이지 중소기업체가 아니다.

“당신들에게 다시 부품을 팔게 되어 기쁘지만, 우리는 예전의 싼 가격이 아닌, 아주 비싼 가격을 원합니다.”

중소기업체들은 이제 서로 협력하여 서로 돕자고 뭉쳤기 때문에 대기업에게 응수하려고 한다.

“공정 시장가격은 지불할 수 있지만 자금 유통 문제때문에 프리미엄을 낼 수는 없소.”

대기업은 아직도 고릴라의 정신을 갖고 있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에만 관심을 둔 덕분에 그들은 작은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큰 전투에서는 진 것이다. 그들은 중요한 공급자와의 관계를 망쳐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곧 자기 회사의 차 품질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체에게 복수의 빌미를 제공했다. 장래에 입장이 바뀌어 중소기업체의 필요가 절실할 때 자신들을 도와줄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될 회사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