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두 살, 그리고 협상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7-04 21: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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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국제변호사) 협상을 하다보면 여러 유형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성격이 달라서 협상의 대화도 천차만별이다. 성격이 좋은 협상가를 만나면 다행이지만 불행히도 마치 미친 사람처럼 화를 내는 협상가를 만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협상이란 우호적인 협력이 아니라 전투와 같다는 낡은 견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내는 이유가 무엇이든 그런 사람을 만나면 협상은 어려워진다.

유명한 심리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화를 설명하는 간단한 공식을 개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실망이 곧 공격성으로 나아간다고 한다. 달리 말해 필요나 욕구를 좌절시키는 장애물을 만나면 그 사람은 실망에 대한 불가피한 결과로 화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었으니 그 결과의 만족하지 못해 결국엔 화를 내는 것이다.

‘단계 이론’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아이들은 성장함에 따라 발달 단계를 거쳐 특정한 심리적 성장을 이룬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무서운 두 살’ 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데, 이는 아이들이 매일 수백 가지 방법으로 부모에게 도전함으로써 자신들의 힘과 통제의식을 테스트하기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부모로부터 통제 받으며 제대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아닌 것을 이해한다. 자신들의 필요와 욕구가 부모가 설정한 좀 더 권위 있는 지침을 기준으로 해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 또한 이해한다. 아이들의 협상 전략에 대한 최초의 교훈은 이렇게 유아기의 초기에 얻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무서운 두 살’ 단계를 성공적으로 지나야 실망과 공격의 감정을 사회에서 적합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소위 ‘분노중독자’가 되고 마는 경우가 있다.

극단적으로 화를 잘 내는 사람에 대한 다른 설명도 있다. 유전적으로 폭력적이거나 화를 잘 내는 기질을 타고난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상당히 존재한다. 그러나 유아기를 어떻게 지내느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지대한 사실이다. 유아기 때에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하였다면 그 불만의 결과로서 분노가 많은 어른으로 성장하기 쉽다.

주위를 한 번 살펴보기 바란다. 과도하게 화를 잘 내거나 갑자기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과거에 그 부모 역시 폭력적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세심한 것 하나까지 부모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논한, 화를 관리하지 못하는 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화를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다고 치자. 헌데 아이들은 잘 놀다가도 서로 장난감을 자기가 갖겠노라고 다투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장난감을 차지하는 쪽은 힘세고 목소리 큰 아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자신의 힘으로 밀어부쳐 장난감을 차지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로 자신의 힘을 늘리고 자기 주변을 통제해서 필요와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도 자신이 의식한다기 보다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이 아주 공격성이 강한 협상자를 만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화를 내고 있는 것 조차 의식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무의식적으로 그것이 그 사람에게 인식화되어 있고 생활화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화를 사용하는 협상자를 만날 수도 있다. 이런 유형의 화를 ‘전략적 화’ 라고 부르는데 지금까지 살펴본 무의식적인 화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렇게 비윤리적인 협상 방식을 활용하고 얻어낸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의식적으로 혹은 전략적으로 협상에서 극단적인 분노나 화를 드러내는 사람을 만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런 유형의 행동에 준비하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지를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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