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회에는 오랜 연좌제의 전통이 있다. 역적모의를 하다가 발각나면 3족을 멸한다는 끔찍한 소리를 들었다.
당태종 이세민은 자신에 반항하는 선비들을 투옥하고 직접 고문을 하였는데, 한 유생이 절개를 굽히지 않고 권력에 순응하지 아니하자 8족을 죽이고 귀양 보냈다. 그는 끝내 굽히기를 거부하였다. 그러자 마지막 9족을 죽이기 시작했다. 9족은 친구라고 한다. 그러자 유생이 결국 항복했단다.
권위주의 시대에 국민은 연좌제로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조정래의 소설 ‘한강’을 보면 그 주인공의 아버지가 월북한 공산주의자라서 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하고 빈민운동 등을 하는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어두운 역사의 한 단면이었다.
소위 민주화시대의 영웅들은 다들 이러한 불합리한 제도를 고치기 위하여 목숨을 바쳐서 투쟁해 왔다. 우리 사회의 진보그룹의 정치인 중에는 가계에 월북인사가 있거나, 남로당과 연계된 분들이 있다. 그들은 오랫동안 연좌제의 어두운 감시를 받고 취직을 엄두도 못 내고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만을 체제 저항으로 표시해 왔다.
그들은 민주화의 가장 큰 지표를 연좌제의 금지로 생각하였다. 그렇다. 자신이 한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한 젊은이가 자기의 꿈을 실현시키는 데 방해를 받는다면 그것은 국가가 반드시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다. 그래서 헌법에도 연좌제 금지 조항이 있고, 민주화 이후 독재정권 때 지속되던 국정원 등의 사찰, 보안처분 등도 전부 폐지되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자기의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정의롭고 민주적인 사회가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 특정 야당후보에 대하여 연좌제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시키고 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명목의 부동산 연좌제가 그것이다.
적어도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도덕성 검증은 본인과 그 배우자 직계부모와 자식으로 한정해야 한다. 그들이 같은 경제적 공동체로서 종합 부동산세 등 동일한 세원으로 대우받기 때문이다. 형제나 처남 등은 전혀 다른 경제적 주체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은 이명박 예비후보의 형님과 처남 소유였던 도곡동 땅이 실제로 이명박 소유라고 하고 심지어는 처남이 전국에 부동산을 투기했다고 연일보도를 하였다. 나아가 이명박 후보의 두 형님이 1973년경 매입했다는 경기도 임야의 면적이 여의도의 1/4이나 되는 커다란 땅이라면서 일부 언론에서 특종처럼 보도를 하였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언제 일어났는가?
이명박 후보가 공직에 진출하기 훨씬 전에 일어난 일이다. 이 후보는 오랫동안 현대 건설에서 몸담고 있었고 당시 처남과 형님들이 시골의 땅을 매입한 것을 두고, 지금 대통령 후보의 도덕 검증을 위해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다. 정말 터무니없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깨끗한 지도자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험난한 세상을 살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누구든지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몸에 흙과 먼지를 묻히게 된다. 정치지도자는 완전한 무흠결의 성인군자를 뽑는 것이 아니다.
상식으로 보아서 국민을 속이고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하였다는 의문이 없으면 된다. 이명박 예비후보는 성인군자는 아니지만 부정한 부동산 투기를 하지는 않았다. 어디 본인이나 그 직계가족이 시골에 부동산을 투기한 것이 있던가? 없다. 최근의 형제와 처남의 부동산 문제를 언론이 끄집어내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본인과 가족의 부동산 투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세계를 다니면서 비즈니스를 한 사람이 어디 시골에 땅 투기하여 돈 벌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자신은 지난 30년간 시골에 땅 한 평 사고팔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검증 검증 주장하는 한나라당원들에게 말씀드린다.
모든 선거에서 도덕검증은 좌파의 논리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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