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출식 간판은 거의 없고, 거리의 잡다한 이동식 간판은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우리의 원색적인 대형 약국 간판은 어디에도 없었다.
특히 놀라운 것은 러시아의 모스크바나 샹트페테르부르크시에서는 거의 철두철미하게 2층 이상의 간판을 통제하고 있는 듯 싶었다. 아마,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이 도시 관리에 긍정적으로 작용되는 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건물의 외관이 가려지지 않아 건물외관의 아름다움도 볼 수가 있고 깨끗한 도시환경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종로나 청계천변의 건물 간판들을 잠시 떠올려 보자! 우리 성북구의 미아로, 성신여대, 돌곶이역 사거리의 건물 간판들... 조금도 여유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 채 온갖 유형의 간판들이 건물에 닥지닥지 죽자 살자 붙어 있다. 가로와 세로형, 돌출형, 색상 또한 최대한 원색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거리에는 여러 가지 이동식 광고판들이 난립하고 있다. 완전 개판(?)이 아니라 완전 광고판이다.
외국의 경우, 고객은 필요한 상점이나 사무실 등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우리처럼 거리에서 보행하면서 인지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 전화번호부 ‘업종 디렉토리 북 - 엘로우 페이지(yellow page)’를 보고 찾고자 하는 상점이나 사무실 등의 정보를 미리 알고 가로명 주소를 따라 자동차를 이용하여 찾게 된다.
집집마다 성경책보다도 ‘옐로우 북’을 더 애지중지하고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거리에는 우리처럼 보행인이 많지가 않다. 그러한 점에서 간판의 효용성이 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지게 되는 것 같다.
반면 우리는 거리마다 걸어다는 유동인구가 넘쳐 나고 보행인들은 걸어 다니면서 상점이나 가게, 사무실 등의 정보를 간판을 통하여 인지하게 된다. 당연히 간판은 업소나 사무실의 입장에서 보면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간판은 커지고 원색을 사용하여 현시성을 높이고, 틈만 있으면 하나라도 더 부착하려고 기를 쓰게 되는 것이다.
우리 서울시도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도시미관을 위해서 볼썽사나운 간판을 정비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 오고 있다. 자치구별로 시범거리도 정하고, 건축법규로 제한도 하며, 민간에 대한 간판 교체비용도 지원해 오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한 것 같다. 우리 성북구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건축 허가시부터 광고물 심의를 하여 간판 설치기준을 부여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지난 4월23일에 ‘서울을 세계적인 고품격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 시키기 위해 부시장 급을 본부장으로 하는 ‘디자인 총괄 본부’를 설치하여 종로· 신촌 지역 간판부터 바꾸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도 있다.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다.
간판 정비! 우리 성북구도 건축 허가시부터 설치 기준을 구체화하고, 기존의 지나친 곳은 단속을 강화해서라도 정비해 나가야 한다.
친절하고 웃음 띤 얼굴을 하며,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쓰는 사람들 -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이번에도, 유럽에서 이런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한때 곰곰이 생각해 본적이 있다. 이러한 성품과 자세는 근본적으로는 소득수준과 매우 깊은 연관이 있는 듯 싶다. 사람이 우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心性이 부드러워지고 행동이 유연해지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얼굴에도 자연스레 웃음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시민들의 친절도는 그 시민의 소득수준과 정비례한다고 할 수도 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