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학벌사회를 타격하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8-01 20: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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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칼럼니스트) ‘심형래, 고려대 졸업 여부 잇단 의혹’. 7월25일 포탈 메인에 걸려 있던 제목이다. 이쯤 되면 호사가들을 위한 폭로전 수준이다. 지금까지 터진 사건들로도 현 상황을 인식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여기서 개개인들을 더 들춰내 무슨 이득이 있단 말인가?

한국사회는 사회적 자본이 고갈됐다. 공적인 신뢰가 무너지자 각 개인은 사적으로 연고망을 구축하려 한다. 심형래 감독이 고려대 대학원의 특별과정을 이수한 것으로 과연 고려대 출신이라고 봐야 하는가가 논란의 내용인데, 명문대 대학원 사회인 과정이야말로 연고 만들기의 대표적인 수단이다.

학벌문중은 거대한 연고망이다. 일단 그 안에 편입되면, 마치 조폭처럼 배타적인 이익 결사체의 일원이 된다. 자식을 그 안에 집어넣기 위해 전 국민이 전쟁에 돌입하는데, 그것이 입시경쟁이다. 한국의 대학이 하는 일은 교육이나, 학문이 아니라 패거리를 재생산하는 것인데, 패거리는 문중에 입문하는 것으로 확인되므로 졸업보다 입학이 더 중요하다.

한국의 대학이 추구하는 것은 학문이나, 교육이 아니라 권력인데, 학교의 권력은 입학생의 입시성적으로 결정된다. 그 다음엔 졸업생, 즉 문중식구들이 사회에서 차지한 권력의 크기로 결정된다. 그래서 학교는 입학생 입시성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발악한다. 그 다음엔 문중식구들이 한국사회의 포스트를 더 많이 점령하도록 노력한다. 그도 모자라면 이미 각 포스트를 점령한 사람들을 문중식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또 대학원 사회인 과정이다.

그래서 대학원 특수과정을 마친 사람들은 대학 출신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같기도 동문’이 된다. 고려대는 심형래 감독이 동문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그 대학 학벌연고망의 권력이 커지니까. 아마도 대학원 특수과정 이수자들은 학업 과정이나 졸업 이후에 그들이 분명히 동문이라고 지속적으로 말을 들었을 것이다. 심형래 감독에겐 고려대측이 동문의 대우를 해왔을 것이다. 그러므로 심형래 감독이 고려대 출신이라고 주장한 것은, 그가 공직에 출마한 것이 아닌 이상, 사회 통념적으로 일반적인 경우에 비추어 보자면, 분명히 틀린 건 맞지만 딱히 틀린 것도 아닌 그냥 그렇고 그런 일이다. 한국사회는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꼭 누구누구 유명인을 찍어 탈탈 터는 방식으로 이슈화해야만 하는가? 이젠 사람 뒷조사 말고, 그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로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

타격할 지점은 이미 나와 있다. 바로 학벌사회다. 학벌사회를 쳐야 한다. 학벌사회를 만드는 것은 대학서열체제다. 올 여름에 잇달아 터진 학벌 사칭 사건이 단지 호사가들을 위한 이벤트가 아닌, 한국사회의 모순을 뒤집는 계기가 되려면 이제부턴 대학서열체제를 타격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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