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당(君子黨)과 소인당(小人黨)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8-02 21: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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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그 이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모인 정치집단이 정당이다. 각 정당들이 상호 견제하면서 균형을 이루어가는 정당정치는 근대 민주정치의 기본 틀이라 할 수 있다. 정당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의 붕당(朋黨)에 해당될 것이다.

붕당의 역할이 정당한 평가를 받은 것은, 송(宋)나라 때 구양수(歐陽脩)가 「붕당론」이란 글을 쓴 이후부터이다. 이 글은 새로운 정치를 펼치고자 한 범중엄(范仲淹), 한기(韓琦) 구양수 등이 보수파에 의해서 붕당을 결성했다는 죄목으로 탄핵을 받아 좌천되었을 때 쓴 것이다. 그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무릇 군자는 군자끼리 도(道)를 같이 함으로써 붕당을 이루고, 소인은 소인끼리 이익을 같이 함으로써 붕당을 이루는 것이니 이는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그러나 신(臣)은, 소인에게는 붕당이 없고 오직 군자에게만 붕당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럴까요? 소인이 좋아하는 것은 녹봉과 이익이고 탐하는 것은 재화이기 때문에 이익이 일치할 때에는 잠시 끌어들여 붕당을 이루지만 이것은 거짓 붕당입니다. 이익을 보면 서로 먼저 차지하려고 다투다가 이익이 다하면 교류가 멀어져 도리어 서로를 해치고 형제 친척이라도 서로 보호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인은 붕당이 없고 그들이 잠시 붕당을 만드는 것은 거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참다운 붕당은 군자들만이 결성할 수 있고 군자의 붕당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오늘의 정치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당이 탄생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100년 정당’을 표방하고 출범한 열린우리당이 몇 년도 못가서 4분 5열 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중도통합민주당, 대통합추진모임, 선진평화연대, 미래창조연대 등의 이름을 내걸고 이합집산을 거듭하다가 드디어 그 이름도 거창한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의 기치 아래 모이긴 모였다. 그러나 각 계파의 이해관계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어 신당의 앞날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를 과연 군자의 붕당이라 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이다. 열린 우리당만큼 쪼개어 지지는 않았지만 대선(大選)을 앞두고 이른바 ‘빅 2’가 벌이고 있는 싸움은 점입가경이다. 같은 당에 소속된 인사들끼리 네 편 내 편으로 나뉘어 마치 적군을 대하듯 싸우고 있는 이들을 군자라 할 수 있을까? 어떤 이념을 두고 벌이는 싸움이 아니라 사소한 문제로 서로 상대방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이들 두 집단을 결코 참다운 붕당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헌정사에서 국민의 갈채를 받으며 물러난 대통령이 한 명도 없었다. 이제는 우리도 자랑스러운 대통령, 존경할 수 있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은 이러한 국민들의 염원을 가슴 깊이 새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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