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털어낼 담뱃재가 아니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8-05 19: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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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열린우리당 의원) {ILINK:1} 그는 “우리는 더 이상 5.18 광주 정신에 갇혀있어선 안 된다. 우리는 결코 1980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광주 정신은 광주를 털어버리고 대한민국과 세계를 향해 뻗어갈 때 더 빛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는 “올해 대선에서 광주정신을 실현하는 길은 한마디로 `일자리``라고 단언했다.(연합뉴스)

손학규 전 지사가 이렇게 말했나 보다. 칼 마르크스는 일찍이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한나라당이 광주를 모독하고 광주정신을 반대했던 수구냉전적 태도를 견지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니 광주학살의 원흉 전두환-노태우가 만든 민정당의 후예정당 한나라당로서는 더욱 더 심하게 광주를 짓밟고 삭제해 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한나라당에 14년간 존재했으니 손 전 지사의 의식 상태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다. 살아온 삶이 그렇게 간단하게 모드전환되는 게 아니다.

1988년 광주청문회 정국에서 노무현이 청문회 스타로 등극하고 전두환이 백담사로 유배를 갈 때 한나라당의 선조들은 분하고 원통했을 것이다. 손학규 전 지사가 광주학살의 원흉이 만든 수구냉전의 나라 한나라당 백성으로 살았던 사람으로 어쩌면 이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니 학살의 원흉들과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도 그것이 무에 그리 큰 흉이 되었겠는가? 그동안은.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그 부끄럽고 아픈 기억을 하루 빨리 잊고자 이런 말을 했다면 그래도 다행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손지사가 한나라당에 14년간 몸을 담았다는 사실이다. 그 때를 벗기고 싶으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백번 생각해도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것은 저의 일생일대의 가장 큰 수치이다. 광주 영령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살아가면서 저의 원죄를 씻겠다.” 뭐 이런 정도의 석고대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광주는 손지사의 말처럼 털어내야 할 담뱃재가 아니다. 유리창의 먼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5월의 광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5월 광주를 딛고 6월 항쟁이 있었고 6월 항쟁을 성과로 90년대 시민운동이 활짝 꽃을 피웠다. 5월 광주를 밑거름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통해 국민의 정부도 참여정부도 탄생했다. 80년 5월 핏빛어린 빛고을 광주에 손전 지사는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그 중요한 시기에는 광주영령들이 원한의 눈빛으로 쳐다보았을 그 한나라당에서 온갖 단물을 다 빼먹으며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손 전 지사가 말하는 것처럼 “광주=일자리” 이 등식은 틀렸다. 아니 천박한 광주인식이다. 광주에 대한 모독이다. 광주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보장하면 광주의 아픔이 치유되고 광주 정신이 길이길이 후손에 빛날 것이라 생각하는 그 철학의 빈곤을 개탄한다. 80년 5월 광주항쟁에 참여했던 열사들이 빵(일자리)을 달라 했던가? 아니지 않은가? 80년 광주는 빵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달라는 피맺힌 외침이었고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외쳤던 절규였다.

나는 손 전 지사가 일부러 광주에 잘 못 보이려고 이런 황당한 말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수였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수도 실수 나름이다. 이명박 전 시장이 광주영령봉안소를 나오면서 파안대소를 했던 것도 실수라고 생각한다. 일부러 그랬겠나? 몸에 체화되지 않은 어설픈 흉내 내기가 불러온 화라면 그것이 정답일 것이다. 손 전 지사께서는 진정 뼛속 깊이 광주에 대한 미안함이 있거든 더 깊이 반성하고 더 깊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광주에 가시라.

손전지사께 정중히 권고한다. 광주에 대한 연습이 덜 되어 있으면 광주에 가지 마시라. 재삼 말하지만 광주 정신은 유리창의 먼지도 재떨이 속의 담뱃재도 아니다. 아프지만 간직하고 승화시켜야 할 고귀한 정신이다. 일자리 몇 개로 치유될 생계형 정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민주주의의 요체인 광주정신을 전직 한나라당 당원으로서 함부로 털어 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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