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핵심은 도곡동 땅의 이상은씨 몫이 이명박 전 시장의 것이냐 여부.
검찰은 이상은씨 몫이 “제3자의 차명재산인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의 이같은 발표는 새로운 논란을 촉발시키는 기폭제가 되어버렸다.
우선 ‘제3자’가 누구냐 하는 문제.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는 즉각 이명박 전 시장으로 단정하며 “도곡동 땅은 이명박 전 시장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도곡동 땅은 나의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이 말한 ‘제3자’가 누구인지가 밝혀져야, 이상은씨의 것이 아니라는 검찰의 결론도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논란거리는 ‘보인다’는 검찰의 표현.
검찰은 도곡동 땅의 실제 소유주가 이상은씨가 아닌 ‘제3자’라고 ‘추정’했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검찰은 자신의 추정과 판단을 발표했을 뿐, 도곡동 땅이 제3자의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당장 이상은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도곡동 땅은 평생 키워온 나의 재산”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반면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씨의 것이 아니라고 단언하였다.
사태는 검찰과 이상은씨가 진실공방을 벌이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는 그동안 제기되어온 의혹들의 진위여부를 정리해주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논란과 의혹을 증폭시키는 상황을 낳고 있다.
검찰 발표의 해석을 둘러싼 정반대의 해석을 하며 이명박 캠프와 박근혜 캠프가 격돌하고 있다.
이명박 캠프에서는 도곡동 땅이 이 전 시장 것이라는 의혹이 해소되었다는 주장이고, 박근혜 캠프에서는 도곡동 땅이 이 전 시장 것으로 드러났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똑같은 발표내용을 가지고 정반대의 해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검찰의 발표내용을 놓고 보면 실제로 이 두 가지 주장이 모두 가능하다는 판단이 든다.
검찰의 발표내용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발표가 있게 되면 이명박·박근혜 양 캠프가 아전인수식의 해석을 하며 부딪히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았음을 강조하지만, 검찰의 발표는 가장 정치적인 상황을 낳게 되었다.
결국은 검찰의 발표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있는 그대로 발표했을 뿐이고, 한나라당 경선 이전에 발표하지 않으면 그것도 오해를 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이 임박한 시점에 이같은 내용의 발표를 하면 그 파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검찰은 내다보지 않은 것이었을까.
검찰은 보다 분명한 선택을 했어야 했다. 한나라당 경선일 이전에 수사결과를 발표하려 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도곡동 땅의 소유주를 확인하고 발표를 해야 했다.
검찰은 문제의 땅이 이상은씨 것이 아니라고 추정했지만, 그 증거가 제시되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이 검찰에게 원하는 것은 틀림없다는 식의 심증이 아니라, 더 이상 논란의 소지가 없는 증거이다.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파장이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차명재산이 확실하다면, ‘제3자’의 차명재산이 아니라 누구의 차명재산인가를 밝혔어야 정치적 논란이 확산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검찰이 말한 ‘제3자’가 이명박 후보인지 아닌지가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는 상황은 당연히 예고되었던 것이다.
지금 이명박 후보는 거짓으로 일관하는 가장 부도덕한 사람이든지, 아니면 죄없이 음해를 받고 있는 가장 억울한 사람이든지, 둘 중 하나이다. 12월에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르는 사람이 이 두가지 경우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어느 경우이든, 심각한 문제이다. 둘 중의 어느 경우인지가 가려져야 하지만,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는 그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논란만 가중시키는 이런 발표를 도대체 왜 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
검찰은 관계자들의 비협조로 인해 더 이상 진실을 밝혀내기가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그랬다면 검찰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서두르지 말았어야 했다. 아직 확정된 내용이라 하기 어려운 설익은 상태의 내용을 갖고 결론을 내리려 하다보니, 정치적 논란만 확산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검찰이 이번 대선판에 휘말리게 되는 상황이 우려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지가 신뢰를 받으려면 그에 걸맞는 사려깊은 행동이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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