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멧돼지’공약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8-29 20: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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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니스트) 어릴 때 기억 하나를 되살려 보겠네. 그때 전국에 쥐잡기가 한창이었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쥐꼬리를 하나 가져오면 상을 주었네.

상이라는 게 연필이었는지 노트였는지 빵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의무처럼 된 쥐잡기는 그 때 번지던 전염병과 맞물려 국민운동 차원에서 전개됐고 어느 국민도 불평이나 항의를 하지 않았지.

정확한 통계는 모르지만 지금 야생조수는 증가일로에 있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참 많은 것으로 아네.

밭농사를 망치고 망연자실 밭고랑에 앉아 눈물 짓는 농부를 보며 이거 참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 국민들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라고 믿네.

정부에서는 일년 중 일정 기간을 정해서 사냥을 허용하는 모양이나 산짐승은 일년 열두 달 날뛰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산짐승 토벌 기동타격대라도 조직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하지만 그게 어디 되겠나.

유시민이 멧돼지로 인한 농촌의 막심한 인적 물적 피해를 막기 위해 공약을 발표했네. 멧돼지 퇴치 공약이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겨우 멧돼지 공약이냐고 실제로 잘난 언론들은 얼씨구 하면서 희화화 하고 있네.

유시민의 공약이란 바로 이런 것이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당연히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야 한다”

“농촌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멧돼지들의 공격 때문에 불안해 하고 있다. 멧돼지들이 적정수를 넘어 생존공간에서 밀린 것들이 민가로 내려와 인간과 멧돼지 간의 거주영역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시민의 발언이 알려지자 특전동지회 회원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네.

“공수부대원의 애국 충정을 한낱 멧돼지나 잡는 사냥꾼의 임무수행으로 비하하고 모독한 망언”

“현역 장병과 특전동지회원들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 행위로 즉각 사과할 것”

박 군.

자네도 농촌 출신이네. 도시인들과 농촌 출신들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네. 유시민의 발언이 있은 후 사람들 얘기를 들어 보니 도시인들은 멧돼지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시각이야.

그러나 농촌 출신은 다르더군. 사실 일년 농사를 망쳐 보게나. 더욱 몸까지 상해 보게나. 이건 생존의 문제네.

논밭을 망쳐놓는 동물들도 생존차원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네만 우선 사람이 살고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유시민의 공약은 바로 우수한 특전사 요원들의 힘을 빌려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온 말이라고 이해하네. 특전사 용사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이 어디에 있는지 꼼꼼히 살펴봤지만 발견할 수가 없었네. ‘저돌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멧돼지는 전문수렵인도 어려운 사냥이라고 하네. 꼭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유시민이라면 쌍심지를 켜고 나서는 조중동이 한 건 올려보자고 난리법석을 치는 것이란 확신이네. 야생조수들의 피해를 앞 다투어 보도하면서 정부당국의 무대응을 질타하던 언론이 이번에 하는 짓거리를 보면 정말 구제불능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네.

애써 가꾼 일년 농사를 갈아 엎고 조상님 모신 봉분을 파헤쳐 유골이 딩구는 모습을 본다면 어느 자손인들 눈이 안 뒤집히겠는가. 동물도 보호해야 하지만 그러나 우선순위를 놓고 본다면 사람이 먼저가 아니겠나. 동물애호가들도 그런 점을 충분히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네.

세상이 다 알다시피 특전사 장병은 무적의 용사네. 바로 이런 특전사 용사들이 농촌의 힘없는 나이 먹는 농민들을 위해 멧돼지를 퇴치해 준다면 얼마나 고맙겠나.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란 경부대운하만 있는 것이 아니네. 진실로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공약은 거대한 것이 아니라 작지만 가슴을 적시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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