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과 스캔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9-16 19: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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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종 철 (‘사단법인 광장’의 공동대표) 지금 나라안은 신정아라는 30대 중반 여인 때문에 시끌벅적하다. 얼마 전에 가짜 박사학위를 가지고 동국대 교수로 임용된 일이 뜨거운 뉴스가 되더니 최근에는 청와대 정책실장 변양균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권력을 이용하여 이익을 챙긴 사실까지 드러나서 매스컴이 이 사건으로 도배질을 하고 있다. 신문과 텔레비전, 인터넷매체들의 보도 경쟁은 진실 밝히기를 넘어 마침내 그 여성의 누드사진까지 지면에 크게 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북새통 속에 9월12일 오후 울산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예비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진기한 촌극이 벌어졌다.
그 광경을 가장 상세하게 대대적으로 보도한 ‘오마이뉴스’의 제목은 “손학규의 굴욕? ‘이해찬, 사과합니다’”였다.
몇 대목을 인용해보자.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 의혹사건과 관련, 경선 경쟁자인 이해찬 후보를 언급했다가 호된 공격을 받고, 결국 사과했다.

손학규 후보는 지난 11일 TV 정책토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말 신정아씨 사건에 대한 권력층 비호 의혹에 대해 ‘소설 같은 얘기, 깜도 안되는 얘기라고 강하게 부정했지만, 이게 뒤집어졌다’며, 변 전 실장은 이해찬 후보의 정책위의장 시절 보좌관이었고,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변 전 실장은) 보좌관이 아니었다. 여당 정책위의장을 하면 정부에서 한명씩 (전문위원이) 파견을 온다”며 “손학규 후보도 여당을 해봤기 때문에 잘 안다. 그러면서도 저와 연결시키려고 어제 TV에서 ‘보좌관’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손학규 후보에게 유감스럽다”며 “이 자리에서 손 후보가 다시는 음해공작을 안하겠다고 얘기하면 내일 TV 토론부터는 더 이상 이 얘기를 안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사과를 안 하고 딴 소리나 변명을 한다면 저도 손 후보에 대해 떠돌아다니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전 그렇게 안하겠다”면서 아무쪼록 사과하시고 반성하시고 이 경선이 잘 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손 후보는 사과 발언을 마치고 연단 뒤편 후보자 대기석에 앉아 있던 이 후보에게 다가가 양팔을 내밀었고, 이해찬 후보도 자리에서 일어나 손 후보의 양팔을 붙잡은 뒤, 서로 어깨를 두드려줬다.

손 후보는 경쟁자의 약점이라고 생각한 부분을 공격하기 전에, 기자들이 흔히 말하는 ‘팩트’(fact)를 확인하지 않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으나 잘못을 인정하고 깨끗이 사과하는 훌륭한 태도를 보였다.

손학규 후보에 앞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유력한 후보가 신정아의 배후“라고 말했고, 안상수 원내대표는 ”신정아의 배후는 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나경원 대변인은 ”변양균이 승승장구하는 데 이해찬이 한 몫 했다“고 공언했다.

요 며칠 사이 벌어진 ‘신정아- 변양균- 이해찬’ 연결하기 시도는 이렇게 간단히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원내 제일당의 대통령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일어난 이런 일들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현실이 눈앞에 있다. ‘신정아 몸통’설이 한창이던 며칠 전 나는 이해찬 후보의 부인 김정옥 여사의 여고 동기생한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 내가 동기생 몇 명과 식사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신정아가 이해찬 후보의 세컨드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는 말을 한 사람이 했어요. 놀라운 것은 그 말을 들은 친구들, 특히 이 후보와 정옥이를 30년 넘게 지켜본 사람조차 ‘그럴 리가 있나’라고 하지 않고 그 말을 믿으려고 한 일이었어요.” 이 이야기를 나와 함께 전해들은 남자들은 뿌리 없는 소문, 곧 유언비어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새삼 깨달았다. 게다가 전국의 미장원이나 찜질방에서 이런 루머를 진실인듯이 속삭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요즘 이해찬 후보를 흠집내려고 한나라당이 쏟아내는 ‘신정아 배후론’은 외계인들의 소리처럼 들린다. 현명한 국민들은 물론 속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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