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독재정권시절 체육관에서 실시되었던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선거결과냐고?
아니다. 불행히도 지난주 실시된 충북지역에서의 경선결과이다.
충북지역 전체 투표자 중 특정지역 한개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2%이고, 그 지역에서의 1위와 2위 표차이 3200표가 충북지역의 전체 1위와 2위의 표차이와 맞먹는 결과를 가져왔다. 1위에 대한 지지율은 무려 80%나 되는 것으로,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군사독재정권시절 비리가 난무했던 ‘체육관선거’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과연 이 결과가 충북지역의 민심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국민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흥행을 위해 섣부르게 도입한 오픈프라이머리제도가 결국 대통합민주신당을 파멸로 이끌고 있다. 대통령 후보 경선결과에 민심을 반영하겠다던 취지는 어디로 사라져버리고 조직선거, 동원선거, 실어나르기 선거가 더욱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오픈프라이머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예상했던 것이었다.
사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의 명분은 나쁘지 않았다.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확대시킴으로써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정치불신을 해소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는 방법이라는데 이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반면에 있는 부정적 측면을 간과한 게 실수였다. 도입당시에도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돈정치’, ‘조직정치’와 ‘지역주의’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점이 제기되었음에도, 제도적 보완장치 없이 성급하게 도입되었던 것이다. 악법인줄 알면서도 말이다.
그런데 초반 4개 지역의 경선을 마친 지금, 국민의 참여는 없고, 흥행은 완전 실패했다. 게다가 조직선거, 동원선거로 얼룩져 국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줬다.
143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제1 정당의 국민경선이 국회의원 머릿수 싸움으로 변질되는 상황은 대통합민주신당 존립 자체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한국 민주개혁세력과 정당정치의 심각한 위기로밖에 말할 수 없다.
당지도부는 여론조사 도입을 놓고도 일부 후보측의 반발에 무작정 이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경선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단 한번도 소신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당지도부와 국민경선위원회는 이 사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는 이명박후보를 이기기는 커녕, 경선 자체가 끝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차떼기 정당’ 한나라당이 ‘박스떼기’, ‘버스떼기’ 동원을 했다고 맹비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니 말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지도부는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나 국민경선에 찬물을 끼얹는 조직ㆍ동원선거가 근절될 수 있도록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강력한 방지대책을 내놓아야 하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러한 조직선거, 동원선거 등 혼탁선거에 의해 후보가 결정된 들 누가 그 경선결과에 승복할 것이며, 누가 대선승리를 위해 진정으로 발벗고 나서겠는가?
국민경선의 본래취지를 퇴색시키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계속해서 방관해서는 안된다.
“악법도 법이다.”라고 조국을 위해 기꺼이 독배를 마신 현인 소크라테스. 악법이 현인 소크라테스를 죽였듯이 또 다른 악법인 경선규칙이 경쟁력있는 후보를 죽이려 하고 있다. 악법을 더 이상 악용하지 말고 국민앞에 정정당당하게 심판받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지역통합의 적자, 민주주의 평화개혁세력의 적자로서 그에 합당한 페어플레이를 하자. 아울러 국민여러분과 국민경선 선거인단 여러분께 호소드린다. 동원선거, 조직선거, 혼탁선거의 부끄러운 제물이 되지 말고, 정치적 소신과 자존심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선택을 부탁드린다.
‘신정아ㆍ변양균 스캔들’이나 태풍 ‘나리’가 아니었어도 경선 흥행 실패는 예고된 것이었다. 창당 이후 예비 경선과 본 경선을 치루면서도 통합신당은 새 시대, 새 정치, 새 정당의 출발을 알리는 새로운 면모를 국민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 얼굴 찌푸리게 하는 구태 경선만 있었을 뿐이다. 이제라도 구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자. 더 이상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선거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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