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NLL을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 “(종전선언을 위한 당사자가) 3자, 4자라는 것은 사실 나도 별 뚜렷한 의미를 모르고 있다”라는 어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대한민국의 영토와 국익을 지키는 대통령의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충격적 발언이다.
NLL(북방한계선)은 남북분단 상황에서 사실상 서해의 군사분계선이자 우리의 젊은 장병들이 필사적으로 목숨을 바쳐 지켜온 우리 영해의 생명선이다. 1953년 정전협정 직후 UN군 사령부가 선포한 NLL은 지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도 그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또한 지난 50여년 동안 우리가 서해 5도를 지키면서 실효적으로 지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헌법상 북쪽 영토 운운하면서 NLL의 중요성을 스스로 폄하한 것은 국가안보를 포기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오는 11월 국방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우리 스스로 NLL을 무력화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NLL은 남북통일이 될 때까지 우리가 지켜야 할 영토 경계선이다.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 문제는 더욱 충격적이다.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이를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고 넘겼다는 것은 한반도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포기한 것에 다름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정상선언문의 3자가 남북한과 미국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애써 강변하고 있지만, 북한이 종전선언 문제는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북·미·중이 다뤄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바꿨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북한의 주장을 별다른 생각 없이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수용했다면 종전선언에 한국이 배제될 가능성을 우리 스스로 받아들인 것이다.
정상회담 이후 정부 관계 장관들 역시 회담의 결과를 애써 강변하며 혼선을 빚고 있다. NLL을 둘러싸고 통일부장관은 “어느 공식 문서에서도 (NLL을) 영토적 성격의 규정이라고 써 놓은 데는 없다”고 주장한데 반해 국방부장관은 “서해 NLL을 지킨 것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군사 분야 최대의 성과”라고 밝힌 바 있다.
종전선언 당사자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은 당사자 국가로서 주도적으로 논의한다”는 통일부장관의 주장과 “3자는 남한과 북한, 미국이다”, “북측이 한국의 당사자 대표성을 최초로 공식 인정한 의미가 있다”라는 국정원장의 국회 보고가 대표적 예이다.
또한 정부는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있었던 미국 부시 대통령의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제안을 북측에 설명해서 호응을 얻었다고 하지만, 미국 정부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은 참가자수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이제라도 남북정상회담의 과정과 논의된 내용 일체를 빠짐없이 공개해야 한다. 특히 NLL과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북 측과 벌인 협상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한나라당은 국정감사에서는 물론 필요할 경우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국익을 포기한 남북정상회담의 문제점을 밝혀내야 한다. 또한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관계 장관들이 정상회담 결과를 왜곡?호도했다면 그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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