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를 통하여 국민의 지지도가 어느 정도 윗길에 속하는 후보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당 이인제,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문국현 등이다.
그런데 은인자중하던 이회창의 출마설이 불거지면서 대선정국은 엄청난 요동을 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대선을 어떻게 전망해야 할 것인지 혼란이 야기되고 있지만 냉철한 눈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전례를 살펴보면 대선은 날짜가 지나가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탈바꿈하는 수가 많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부동의 여론 1위를 점했던 이회창의 허무한 추락을 목격한 바 있다. 그는 여당의 후보면서도 IMF로 인기가 떨어진 현역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가 1%의 표차로 패배했다.
두 번째는 이기택 조순 김윤환 신상우 등 당의 최고 중진들을 공천에서 모두 밀어내고 독식체제를 갖췄다가 노무현에게 일격을 당하여 정계를 떠나야 했다.
그가 패퇴한 것을 ‘김대업의 병역비리 폭로’로 핑계대고 있지만 사실은 당내 우군을 포용하지 못하고 내친데 기인한다고 보는 견해가 더 유력하다. 이번에 그가 다시 등장하려고 움직이는 것은 공교롭게도 이명박의 당내 화합이 여의치 않은데 기인한다. 경선 승리 후 패자인 박근혜를 끌어안지 못하고 이재오를 비롯한 강경파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 모습이 틈새를 제공한 것이다. 이회창이 출마를 강행한다면 한나라당은 다 먹은 밥 코 빠뜨린다는 징크스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되는 절박한 입장이 된다. 그러나 그의 출마는 박근혜의 향배와 맞물린다. 박근혜는 경선에서 지고도 이긴 사람으로 각인되었다. 깨끗하게 승복한 그의 자세는 국민을 감동시켰다. 직접투표에서는 이기고도 여론조사에 물먹은 박근혜는 조용히 뒷전에 섰지만 이명박은 적극적으로 화합할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 틈새를 파고든 것이 이회창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이명박이 뒤늦게 나섰다. 좀 늦은 느낌이지만 어차피 정치판이니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 박근혜는 흔연히 한나라당의 대열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때 이회창은 선택이 어렵다.
또 다른 변수는 이명박에게 칼이 될지도 모르는 김경준의 귀국이다. BBK로 알려진 이명박과 김경준의 싸움은 전적으로 검찰의 손에 매어있다. 김경준을 제2의 김대업으로 몰고 있지만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닌 듯싶다.
이미 미국의 법원과 국무부의 송환 허락이 떨어져 11월14일을 전후하여 귀국이 가능하다고 하니 귀추가 주목된다. 이렇게 점검하다보니 모두 한나라당과 관련된 일뿐이다. 그것은 정치판의 전가보도가 된지 오래인 ‘여론조사’가 한나라당과 이명박에게 쏠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여권으로 불리는 정동영의 기세도 만만찮다.
진보성향의 행보도 적극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도는 크게 오르지 못한다. 왜일까? 노무현 정권의
인기하락 때문이다.
언제나 철새들은 있기 마련이지만 이를 극복하고 정동영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 단일화가 실현된다면 대선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만큼 격렬한 싸움이 될 것이다. 대선 변주곡은 주제는 뚜렷하지만 그 리듬이나 화음, 선율에 다양한 변화가 주어지는 새로운 곡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 이회창 그리고 범여권의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 등이 펼쳐내는 곡은 명곡이 될까, 뽕짝으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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