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명박이 노무현을 이긴 것이었다. 이제 정권교체기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최근 두 차례 대선의 경우, 당선자가 취임 이전에도 실권을 상당부분 넘겨받아 국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대중 당선자 시절에는 IMF 국난이라는 특수상황이 발생하여 취임 이전부터 그가 사실상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상황이 되었다.
5년 전 노무현 당선자 시절에도 김대중 대통령의 레임덕에 따라 곧바로 ‘노무현 시대’가 개막되었다. 물론 정권의 인수인계 과정에서는 대통령과 당선자 사이의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황이 다르다. 우선 10년만의 정당 간 정권교체이다. 동반자가 아니라 경쟁자 사이에서의 인수인계이다.
더구나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여러 가지로 좋지 못한 상태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동안 이명박 당선자를 향해 비판적인 발언들을 쏟아내 왔다. 청와대는 이 당선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했다. 선거 직전에는 이명박 당선자의 BBK 의혹에 대한 검찰 재수사를 사실상 지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은 이 당선자에게 당선축하의 뜻을 전했다. 조만간 두 사람 사이의 회동도 있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의 불편했던 문제들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갈등의 요인들은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우선 쟁점으로 부상하는 것이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문제이다. 한나라당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강재섭 대표는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지는 않다. 청와대는 이미 선거일 이전에 특검법 수용의사를 공표하여 이 문제에 관해 못을 박아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노 대통령 자신이 남아있는 의혹규명의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이제 와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노 대통령의 스타일이 아니다. 아마도 노 대통령은 대선은 대선이고, 특검은 특검이라는 식의 논리로 한나라당 측의 요구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법 말고도 기본적으로 부딪힐 문제가 있다. 주요 정책들에 관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정권이 바뀌어도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주요 정책들이 바뀌어서는 안된다는 경고성 발언들을 거듭해서 해왔다. 한나라당 정권이 들어섰을 때 참여정부가 공들여온 정책들이 원점으로 돌아갈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정권교체는 정책의 전환을 당연히 수반한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사이에는 시장정책, 조세정책, 주택정책, 기업정책 등 많은 정책적 갈등의 사안들이 가로놓여 있다.
그동안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들에 대해 ‘함부로 손대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던 노 대통령이 갑자기 뒤로 물러설 가능성이 커보이지는 않는다. 퇴임하는 날까지는 자신의 권한을 놓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정책분야에 대해서는 그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부처의 정책실무자들이 사이에 끼여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권교체기의 정권 인수인계 작업이 소모적인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내는 상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와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에 나타난 민의를 존중하며 순리에 맞추어 문제를 풀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가 대승적인 자세로 정권교체기를 맞아야 할 것이다.
대선은 이제 끝났다. 굳이 대선의 연장전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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