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탈당카드’는 벼랑끝 전술?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1-22 19: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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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창 선(시사평론가) 한나라당의 공천갈등이 심상치 않다.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안에 대한 친이(親李)-친박(親朴) 사이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방호 사무총장의 포함여부가 논란거리로 부상하였다.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는 이방호 총장의 공천심사위 참여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박 전 대표의 측근 인사들이 ‘탈당’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유정복 의원은 “공천심사위 구성이 잘못될 경우 어떤 탈당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말에 탈당도 포함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 “지금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공천심사위 구성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탈당도 불사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박 전 대표 측은 24일 공천심사위 구성을 본 뒤에 집단행동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어서 한나라당의 공천갈등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그러면 과연 박 전 대표 측의 탈당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박 전 대표의 기본적인 목표는 ‘차기’ 대권에 있다. 그렇다면 그의 향후 전략은 차기 도전의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세워지게 되어 있다. 사실 박 전 대표가 공천문제에 그렇게 매달리는 것도 결국 차기의 발판 마련을 위한 포석이다.

이렇게 차기를 노리고 있는 박 전 대표에게는 한나라당의 기반이 무척 중요하다.

차기 대선에 있어서 한나라당 주자냐 아니냐는 대단히 커다란 차이를 가져오는 문제이다.

박 전 대표가 공천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탈당을 한다고 했을 때, 그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면서 박 전 대표의 위상이 강화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지극히 불안정한 앞길이 펼쳐진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탈당을 하고 총선을 치렀는데 그 결과가 실패로 나타난다면 박 전 대표의 위상은 급격히 흔들리게 되어 있다.

섣부른 탈당은 한나라당 차기 선두주자인 박 전 대표의 위치를 무너뜨리는 위험수가 될 수 있다.

박 전 대표 자신이 탈당의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탈당하고 이회창 전 총재와 손잡을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이 역시 박 전 대표가 고려하기는 어려운 카드이다. 이 전 총재와의 연대는 자칫 명분없는 정략적 행위로 비쳐지면서 박 전 대표의 이미지에 심각한 상처를 입힐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표의 탈당이 당장 세력확대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이다.

또한 박 전 대표가 탈당을 결행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행동을 같이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남는다.

꿈에 그리던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한나라당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는데, 그래서 여당이 되었는데, 이 기득권을 박차고 허허벌판으로 나갈 의원 숫자가 얼마나 될지도 불확실한 문제이다.

여러 가지 점에서 박 전 대표 측이 ‘탈당’ 카드는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무기이다. 공천갈등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벼랑끝 전술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박 전 대표가 탈당은 하지못할 것이라는 판단 속에,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상대가 벼랑끝 전술을 펴면 적극 나서서 만류하고 협상을 하는 것이 정치이다. 이명박 당선인 측이 그것을 모르지 않는다면 결국 한나라당 공천갈등은 벼랑 위에서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봉합은 쇄신과는 상충되는 성격을 갖고 있다. 봉합적인 공천은 공천물갈이를 제약한다. 이명박 당선인 입장에서는 집권여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공천물갈이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딜레마이다.

물갈이를 안하면 여론이 비판할 것이고, 물갈이를 하면 박 전대표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 공천의 딜레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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