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박근혜를 넘어설 수 있을까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1-27 17: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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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창 선(시사평론가) 정몽준 의원이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 사실상 확정되었다. 한나라당은 오는 29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공석중인 최고위원에 정몽준 의원을 선출하기로 했다.

최고위원 후보등록 마감 결과, 정 의원이 단독 입후보했기 때문에 경선없이 합의추대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정몽준 의원은 5년여만에 정치의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앞으로 한나라당 내에서 정 의원의 행보, 특히 박근혜 전 대표와의 ‘차기’ 경쟁은 많은 관심을 모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차기’를 향한 정 의원의 의지는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정 의원은 미국방문중에 “정치에는 적정한 경쟁이 있어야 좋은 후보가 나올 수 있다”라는 말을 기자들에게 꺼냈다. 한나라당 내에서 선의의 경쟁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결국은 자신과 박 전 대표 사이의 경쟁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지난 2002년 대선에 도전했다가 ‘정몽준 바람’을 일으키는데는 성공했지만,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간발의 차이로 물러서야 했다. 특히 막판 후보단일화 파기로 인해 지난 5년여동안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런 그가 기회만 다시 찾아온다면, 대권의 꿈을 다시 가질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 전 대표는 단순한 박근혜계의 수장이 아니다. 그는 지난 후보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다 간발의 차이로 패배한, 대통령이 될 뻔하다가 만 정치인이다. 대중적 지지기반, 당내 기반, 정치적 파워 면에서 정 의원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

대중적지지 문제야 언제나 유동적인 변수라 할 수 있지만, 당내에 자기세력이 취약한 문제는 정 의원에게 커다란 약점이다.

정 의원이 세력부재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길은 현재로서는 이명박 당선인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따라서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윈-윈하는 길을 정 의원은 일단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이 이명박 당선인에게 협력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정 의원의 주가는 이명박 정부의 실적에 적지않은 영향을 받게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인과 정몽준 의원의 공통점은 CEO출신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우리 정치에서 CEO 출신이 대통령이 되는 첫 번째 사례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어떤 평가를 받게되느냐에 따라서 한국에서 CEO 출신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당선인은 차기의 향방이 조기에 박 전 대표로 기울어가는 분위기를 견제하는데 있어서 정몽준 카드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몽준 총리 카드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고, 향후 정 의원의 당내 기반이 확대되고 나면 당 대표 카드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정몽준 의원 자신의 자력갱생이다. 아무리 제3자의 힘이 등에 실린다해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신의 정치적 힘을 어디까지 키울 수 있을 것인가. 이 핵심적인 문제에 있어서 정 의원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정치인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오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당대표 시절의 활약, 독자적인 지지세력의 구축, 이명박 당선인과의 경쟁..... 여러 험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박 전 대표는 여기까지 왔다. 그가 갖고 있는 정치적 힘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도 아니다.

반면 정몽준 의원은 이 점에 관해 아직 확실한 검증을 거치지 못한 상태이다. 2002년 대선에서 보였던 허망한 결과는 정치지도자로서의 정몽준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함을 보여준 바 있다.

자신의 정치적 능력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는 결국 자신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그를 박 전 대표와 경쟁할 수 있는 ‘차기’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 사람은 이명박이 아니라 바로 자신임을 잊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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