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문국현 당’의 운명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1-31 19: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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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창 선(시사평론가) 문국현 대표를 중심으로 모였던 창조한국당이 무너지고 있다. 창조한국당은 이용경, 이정자 대표, 김영춘, 전재경, 정범구 최고위원이 당직에서 모두 사퇴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문국현 대표가 전면에 나서 총선준비 등 당면 현안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당을 책임 있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합의한 결정”이라는 것이 창조한국당의 설명이다. 얼핏 들으면 총선에서의 전진을 위한 승부수같이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의 이면은 간단하지 않다. 그동안 당의 진로, 문국현 대표의 출마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졌던 내부갈등, 그리고 문국현 대표의 당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파악된다.

결국 이번 결정은 창조한국당의 위기를 의미한다. 창조한국당이 ‘문국현 1인 정당’임을 공식화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대표의 대선출마를 위해 급하게 만들어졌고, 그렇지 않아도 ‘문국현 당’으로 인식되어왔다. 대선이 끝난 뒤 정치권 출신 인사들은 창조한국당이 사당(私黨)이 아닌 공당(公黨)의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스위스 다보스에 가있던 문 대표는 “아직 자신은 공식적인 CEO가 아니며 CEO로 선택해 주면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들 창조한국당을 ‘문국현 당’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공식적인 CEO’가 아니라고 한 장면은, 그동안의 집단적 지도체제 아래에서 자신이 책임지고 하고싶은대로 못했다는 의미로 들리기도 했다.

지도부의 사퇴 소식을 접한 문 대표는 굳이 그들을 만류하지 않고 자신을 중심으로 한 체제정비안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1인 정당’이 된 것이다.

그러나 창조한국당이 ‘문국현 1인 정당’으로의 성격을 굳히는 상황에서 미래가 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창조한국당으로서는 당장 4월 총선을 앞두고 세력확장에 나서도 모자랄 판이다. 그러나 이번 지도부의 총사퇴로 그같은 시도는 기대를 걸기 어렵게 되었다.

지난 대선을 문 대표와 함께 치렀던 핵심인사들이 문 대표의 리더십에 실망하고 사실상 당에서 손을 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판에 어느 누가 창조한국당에 들어오려 하겠는가.

아마도 문 대표는 비례대표를 통한 창조한국당의 국회진출을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지역구에서는 대패하더라도 득표율 3%를 넘겨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자는 구상일 것이다.

그러나 대선 이후 창조한국당이 보여주고 있는 개점휴업 상태의 모습으로는 지역구선거에서 기대를 걸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3% 득표율조차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지도부의 총사퇴에 이르게 된 상황은 총선을 앞두고 창조한국당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사실상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기존 후보들에게 식상해있던 사람들에게 ‘가치중심의 정치’ 들고나온 문 대표는 매우 신선하게 비쳐졌다.

그러나 대선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자신의 가치를 현실화할만한 기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문국현 개인과 진보개혁세력이 윈-윈할 수 있는 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시종 닫혀있는 리더십을 보였고, 모두가 패배하는 길을 택하고 말았다.

대선이 끝난 뒤 그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었다. 자신의 ‘가치’보다는 진보개혁세력의 연대를 우선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서로에게 그나마 나은 기회는 마련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는 외길을 선택했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조차 하나씩 떠나버리는 사태가 야기되고 있다.

이래서 기업경영과 정치는 다른 것이라고 했던가. 문 대표 개인으로서야 아쉬운 것이 많은 과정이었겠지만, 이제는 원점에서 자신이 서있는 자리를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주위를 살피지 못하는 무모한 질주는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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