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대통령 시대가 두렵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2-26 19: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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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 복(칼럼니스트)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그 바람이 국민을 따듯하게 어루만져 주는 훈훈한 바람이 아니고 삭풍과도 같은 매서운 바람이라서 두렵다. 서민들의 가슴을 치는 두렵고 떨리는 매서운 바람을 연약한 서민의 가슴으로는 제어할 길 바이없으니 눈물이 난다.

우선 전 국민을 떨게 하는 일은 몰입식 영어교육의 문제이다. 지금 영어학원가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안내전화기는 불이 붙고 있다. 왜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다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마치 논산훈련소 훈련병에게 조교가 ‘달리기 선착순 1명이다’라는 기합을 주는 풍경이 연상되는 것처럼 학생을 가진 가정은 물론이요, 학생 모두가 허둥대며 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어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강조하는 새 정부의 모습이 안타깝다. 우리는 영어의 강국이라 할 수 있는 인도와 필리핀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의 삶이 결코 우리보다 낫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영어를 잘하는 인도인이 영어를 그야말로 잘하는 필리핀인이 행복하고 세계무대에서 크게 성공했는가도 묻고 싶다. 반대로 영어를 잘못하는 일본인이 또는 한국인이 크게 잘못 되었는가도 묻고 싶다. 그리고 영어를 잘못하면 앞으로 글로벌한 세상에서 도태될 것인가도 묻고 싶다. 그러나 그 답은 ‘명명백백하게 아니다’이다. 언어를 잃은 민족은, 국자(나라 글)를 잃은 민족은, 역사를 잃은 민족은 소멸되는 것이 상식이다.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사라져갔던 만주의 수많은 종족들이 그 좋은 예가 된다. 청나라를 세웠던 만주족은 지금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 문화도, 언어도, 민족도, 漢族文化(한족문화)화되고 말았다. 중국을 손아귀에 넣고 좌지우지 하였으나 그들의 언어와 문화와 글자를 다 천시하여, 버린 까닭에 그들은 사라진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우리는 숫한 역사의 파란속에서도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켜온 까닭에 오늘날과 같은 영화로운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행을 하는데 다소 불편하다고, 또는 원어로 모든 것을 알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 때문에, 내 것은 모두 버리고 모든 국민이 영어를 생활어로 받아드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올해 유치원을 가야할 아이를 놓고 일어난 불상사다. 우리말 유치원을 외면하고 영어 유치원으로 몰려드는 비운의 학부형을 만든 자를 진정 규탄하고 싶은 것이다. 올해 초등학교를 보내야 할 우리의 손녀손자를 일 년을 지연시켜서 영어유학을 보내야 하는 현실이 울고만 싶구나.

다음으로 새 대통령이 두려운 것은 ‘고소영과 강부자’로 표현되는 내각 인선의 모양이다. 참으로 두렵고 두렵다. 흔히 하는 말로 팔등신 미인이라는 말이 있다. 이 미인은 하나하나 뜯어보면 미인이 틀림없다. 그러나 가장 강점이 되는 것들만 모아 놓다 보니 그것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하여서 팔등신이 각각 따로 따로 놀아나기에 미인이 되지 못한 것이다.

이 비유가 옳은지는 속단할 수 없으나 새 대통령의 안목으로 본 예비 각료들은 모두 각각의 강점이 있겠으나 모아 놓고 보니 문제가 너무 많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우선 병역의무에 문제가 있으며, 땅 투기로 치부를 한 정황이 뚜렷하다. 그런가 하면 강남, 영남, 소망교회에 뿌리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라니 새 대통령의 시야가 너무나도 근시안적요, 近親的(근친적)인 요소가 많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고소영과 강부자’로 표현되는 예비내각에 있어서 청문회의 결과를 보아 기민한 순발력으로 새로운 인재 등용에 인색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가뜩이나 빈부의 격차로 양분되어 있는 국론을 섬김의 리더십으로 다독여야 할 것이다.

부디 천재적인 그 머리만을 믿지 말고 가슴을 믿는 대통령으로 우뚝 서서 독단이 아닌 합의를 도출하여 정사를 행하는 슬기로운 대통령이 되어 국민의 두려움을 어루만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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