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지지자, 이민가라고?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3-25 17: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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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 명(칼럼니스트) 한나라당 심각하다. 이미 짐작한 국민도 많을 것이다. 집권정당이 이래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권이 출발한지 며칠 지난 뒤에 일이다. 후배 녀석이 하나 찾아왔다. 참여정부 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생각대로 안 되니까 앙앙불락 이를 갈던 녀석이다. 나한테도 좋은 감정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웬일이냐고 했더니 득의의 표정으로 좀 있으면 한 자리 할 것 같다는 것이다.

그 녀석 얘기는 정부산하 기관의 장 자리 하나 할 것 같다는 것이다. 왜 그 얘기를 하느냐고 물으니 그냥 씩 웃는 것이다.

짐작했다. 한 방 먹이는 것이다. 너희들은 끝났다는 것을 확인시키면서 폼 한번 재보는 것이다.

며칠이 지났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 대표가 한 말씀 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퇴진하라는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이 있자 바로 뒤이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하 유 장관)이 기다렸다는 듯이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단체장들은 물러나야 된다고 거들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은 좌파라고 색깔을 씌우면서 그들이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고 퇴진을 요구했고 유 장관은 물러나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공언했다.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그만둬야 한다. 잘못하고도 자리에 붙어 있으면 나쁜 인간이 없다.

그러나 잘못이 없는데도 쫓겨난다면 그처럼 억울한 일도 없다. 쫓겨난다는 것은 강제다. 바로 강제라는 데 문제가 있다.

옛날 군사독재 시대에는 어느 곳에서인가 “너 그만 둬” “내일부터 나오지 마” 한마디면 끝장이었다. 어딜 감히 이유를 붙이나.

그러나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대명천지 대한민국은 법이 당당하게 살아있는 법치국가다. 대통령이 탄핵을 받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제 법에 의해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공직자들을 나가라고 한다. 그 분들은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정부산하 기관의 장이나 임원들이다. 이미 나간 사람도 있다.

이유는 이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 대표가 말 한대로 좌파정권에서 임명한 사람들이고 색깔이 이상하고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정리를 해 보자. 이명박 정부 탄생에는 여러 공신들이 있다. 왕조가 들어서면 개국공신들이 생긴다.

10년 만에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어찌 일등공신이 없겠는가. 이들 중에는 청와대로 들어가는 공신도 있고 장관으로 입각하는 공신도 있다.

국회의원 공천이라는 포상도 있다. 헌데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무한정 있는 것도 아니고 공천이 쉬운 것도 아니다. 지금 공천문제로 여야 가릴 것 없이 난리가 난 것만 봐도 알 수가 있다.

한나라당이 두 쪽이 날 수도 있다. 이거야 말로 이명박 정부 출발에 걸림돌이다. 빨리 수습을 해야 한다. 헌데 방법이 무엇인가. 감투 하나씩 씌워서 입을 막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제 발로 걸어 나가 줬으면 좋겠는데 누가 순순히 나가겠는가.

차라리 한나라당 정부의 딱한 입장을 잘 알지 않느냐고 사정을 하면서 나가 달라고 하면 그게 오히려 설득력이 있
다.

정부가 하는 일에는 대의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동의를 한다.

이제 출범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지금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는 내리막길이다. 이런 걸 뻔히 알면서 어쩌자고 이런 일을 벌린단 말인가.

유인촌 장관이 임기가 남아 일 잘 하고 있는 관리들을 나가라고 했는데 조중동은 왜 비판하지 않는가. 참여정부 때 그렇게 코드 인사라고 길길이 뛰더니 이젠 왜 첫 날 밤 새댁처럼 얌전하신가.

요즘 참으로 조중동이 얌전해 졌다. 아니 얌전해 진 것이 아니라 더욱 치사해졌다.

이 나라를 언론이 망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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