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실은 엄혹했다. 처음 올림픽대교 북단에서 강변북로를 가로질러 자전거길로 향하는 육교를 오를 때까지만 해도 자전거타고 한강변을 달리기 위해서는 이 정도 수고쯤이야 하면서 마음이 가벼웠다. 그러나 잠실대교를 통과하기 전 자양취수장 근처의 완만한 언덕길을 오르면서 벌써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청담대교 아래 공터의 매점에서 생수를 한 병 샀다. 목도 말랐지만 우선 엉덩이가 아파 계속갈 수가 없었다. 이게 초보자의 가장 전형적인 핸디캡이란다.
내 자전거는 대만제 ‘스트라이다’다. 바퀴가 아주 작은 미니벨로 종류인데 내가 요놈을 장만한 것은 오로지 편리함 때문이다. 우선 무게가 가볍고(10kg) 작아서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큰 불편이 없다. 사무실이나 전철에도 들고 드나들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자전거는 체인식이 아니라 벨트식이라서 손이나 옷에 기름이 묻질 않으니 신사복을 입고도 탈 수 있는, 그야말로 생활용 자전거이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자전거나 스쿠터를 여러 차례 도난당해본 아픈 추억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도둑놈들이 절대 훔쳐갈 수 없도록 아예 지니고 다니면서 그들의 견물생심을 원천봉쇄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한강변의 자전거 도로에서는 비참했다. 헬멧부터 알록달록 잘 차려입고 떼로 다니는 사이클 동호인들에게 추월당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일반자전거를 탄 할아버지나 아주머니들한테까지 추월당할 때는 어,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집만 넓으면 당장 로드사이클을 하나 장만하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샘솟는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 좁은 아파트에 어디 자전거를 두 대씩이나 들여놓을 데가 있냐고 혼부터 낼 마누라 얼굴도 떠오르고 가지가지 복장채비를 할 생각까지 하니 암담했다. 무엇보다 쫄쫄이 반바지는 내 체질이 전혀 아니라는 심각한 자각도 일어났다.
한남대교 아래까지 와서 두 번째 휴식을 취했는데 벌써 예정했던 1시간이 지나 있었다. 지금까지는 연습이고 이제부터 진짜 달려보자, 심호흡을 하고 국회사무실에 전화부터 했다. 30분 이내에 도착할 거라고.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국회 도착은 한 시간이 더 지나서였다. 사무실 직원들은 애초에 그럴 거라고 예상했다지만 총 두 시간이 넘게 걸린 것이다.
여의도로 건너가기 위해 마포대교를 건널까 하다가 내쳐 서강대교까지 갔더니 바로 올라가는 연결로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신촌 쪽으로 내려가니 다리 진입로 못 미쳐 올라가는 육교가 보인다. 강변에 군데군데 진입로를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어 내심 흐뭇했는데 정작 서강대교 아래 강변에서는 여의도로 건너가는 길이 이렇게 불편한 것이다. 지난 서울시장선거의 쟁점 중 하나가 시민들에게 한강 접근권을 확대시켜주자는 것이었고 나는 강금실 후보의 선거본부장이었다. 내가 시장이 된다면 모든 다리에 강변과 연결되는 사람과 자전거 통로를 만들어야겠다.
오늘의 자전거 출근은 비록 연습 삼아 해본 것이지만 나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케 해준 좋은 경험이었다. 다음에는 올림픽대교를 건너 강남 쪽 강변길을 달려봐야겠다. 1시간 30분 이내에만 도착한다면 계속 시도해볼 만한 출근코스가 될 텐데 그러자면 다리 힘부터 더 길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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