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총선공약을 발표했다. 역시 예상대로 ‘한반도 대운하’는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절대적으로 중요했던 대선 공약이 총선공약에서는 행방불명상태다.
이한구 의장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가 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하고 청와대에서도 여러 지적사안이 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하고 보충한 것을 보고 판단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논리가 약하다.
왜 총선공약에서 뺏을까. 왜 그 대단한 한반도 대운하가 공약에서 실종됐을까.
국민적 합의는 도저히 이끌어 낼 수 없고 그렇다고 스스로 실종신고도 할 수 없는 절박한 심정으로 총선에서 대운하를 지워버린 것이다. 이런 걸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이다.
국민이 바보인가. 이것이 바로 오만이다. 대선에서 비록 31%의 득표를 했더라도 많은 표차로 승리했다는 자만이 바로 한나라당으로 하여 눈에 보이는 것이 없도록 만든 것이다.
손석희교수가 진행하는 ‘시선집중’을 애청한다. 며칠 전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된 생방송을 들었다.
박석순이라는 교수가 나와서 하는 소리를 듣고 한숨이 나왔다. 한반도운하 찬성론자다. 그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한다.
“총선 앞에 교수들이 왜 그런 모임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문아무게 씨의 선거전략 중에 하나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한나라당에서도 선거공약으로 얘기하지 않았고 또 대통령도 여러 번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 경제성과 환경성을 고려하겠다고 얘기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총선 앞에 이런 모임을 갖는다는 자체가 부적절하다”
“참여하는 교수들을 보니 문아무개 씨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 나왔을 때 참여한 교수들이 주가 됐다.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 ‘수’가 아니냐.”
이것이 대운하를 찬성하는 교수의 수준이다. 반면에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며 2446명의 교수들이 만든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은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말했다.
“우리 교수들은 그간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며 정치적 사안에 대한 개입은 극히 자제해 왔으나 진리를 탐구하고 가르치는 학자로서 한반도 대운하가 야기할 경제적·환경적 피해를 결코 간과할 수 없기에 모임을 결성했다”
교수 모임의 공동 대표인 서울대 김종욱 교수는 분명하게 교수들의 입장을 밝혔다.
“전국의 교수들이 이번처럼 대규모로 사회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처음이다”
“토론을 통해 대운하의 본질을 파악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공개 토론을 공식적으로 제안한다.”
한반도 대운하는 한나라당 대선공약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4월9일 총선에서는 ‘대운하공약’이 실종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국민적 반대여론이 급등하자 한나라당이 내 놓은 것은 ‘한반도대운하’를 총선 공약에서 아예 지우는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선거벽보에서 한반도 대운하는 물론이고 대통령의 이름도 뺀다고 한다. 국민적 반대여론으로 총선 공약에서도 빠진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는 내년 4월 착공을 목표로 이미 구체적 준비에 착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토해양부가 만든 내부 보고서에는 8월 중 대운하 추진 관련 법령을 재·개정하고 내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공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대운하가 진정으로 국민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왜 국민이 반대하는가.
국민이 반대하면 설득해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접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고 민주주의 정부다. 실종된 줄 알았던 한반도 대운하는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그러니 ‘현상수배’는 철회하는 것이 옳다.
왜 지금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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