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참모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5-14 19: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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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성 영 (한나라당 국회의원)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前 한나라당 대표가 회동한 이후 ‘만나지 않은 것만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라는 사람이 나서서 “이 대통령이 박 前 대표를 만나 ‘당 대표직을 맡아달라고 제안했다’”고 밝히면서, ‘거짓말’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참으로 딱하고 한심하다.

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회동 중에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당의 구심점이 돼 달라. 그러면 친박 복당 문제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처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며 “‘구심점’이라는 것은
사실상 당 대표직 제안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누군지 참으로 딱한 분이다.

‘훌륭한’ 독심술을 가진 그 분이 누군지 스스로 밝혀야 한다.

당 대표직 제안을, 대통령이 박 前 대표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수준도 한심스럽지만, 대통령이 당원이 선출하는 당 대표직을 사실상 지명했다고 당당히 주장하는 대목에선 절로 쓴웃음이 나온다.

이젠 녹취록까지 공개해야 할 판국이 되어 버렸다.

의도되지 않았다면, 이는 잘못된 충성심이 낳은 한심한 발언이다.

럼스펠드 전 美 국방장관이 월스트리트 저널에 공개했던 ‘40년 Rules’에는 이런 규칙이 있다고 한다.

“백악관에서는 아마추어들이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실패의 원인도, 사실상 참모들의 무능과 아마추어리즘에서 비롯됐다.

그건 맹목적 충성심에서 기인한 것이다.

2006년 5월6일 현재 청와대 대변인을 맡고 있는 당시 동아일보 이동관 논설위원은 동아일보 <횡설수설>이란 코너에서 ‘直言 참모’란 제목의 글을 실었다.

그는 당시 이 글에서 “직언에 관한 한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들은 낙제점이다.” 라고 비난하면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눈치나 보며 아첨을 일삼는 참모들이라면 정보를 왜곡해 대통령의 상황 판단을 그르치게 할 뿐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지적은 지금의 청와대 참모들에게 어울리는 말이 되어버렸다.

자신의 위치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는 참모의 대부분은, 그릇이 안 되는 참모이기 십상이다.

주변 여건이 조성되어 또는 누군가 시켜서 된 참모이기에 사안마다 이유가 많고 변명이 많다.

‘1인자를 만든 참모들(이철희 지음, 위즈덤하우스)’이란 책에서는 “성패와 흥망은 참모의 몫“이라고 지적한다.

‘강부자’, ‘땅부자’로 국민 화나게 한 청와대 참모진이라면, 일이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자랑한 대통령의 입을 부끄럽게 해서야 되겠는가.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前 대표와의 만남이 진정성 없는 형식적, 면피용 만남이었는지, 아니면 진정으로 화합의 정치를 요구하는 민심을 받들기 위한 것이었는지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철없이 ‘오버’하는 참모들이 함부로 설치지 않는 법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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