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하는 민생대책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6-11 1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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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복 (前 보건복지부 장관) 정부당국의 고유가대책이 대대적으로 발표됐고 한나라당이 등록금과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대책의 주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화물연대와 건설기계, 버스 등 운송분야의 노·사 모두가 정부대책은 언발에 오줌을 누는 수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파업을 비롯한 민생촛불을 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애초 5조원 정도의 대책을 내놓으려 했지만 그 배가 넘는 재정투입을 한 고위경제관료들의 표현대로 하면 “획기적이고 세계 최초의 유류 환급” 제도까지 시행했는데 왜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한가? 그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국민들의 생활현실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고위 책임자들은 경유값이 1800원을 넘어서면서부터 ‘악’ 소리가 났으므로 그 시점부터 인상된 세금의 일부를 돌려준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그 기준이 정말로 어이없다. 1톤이나 화물트럭들은 1400원을 넘어서는 때부터 남는게 없는 상황이었고 한달에 1만원 내외의 기름값보조금이 계속 오르기만 하는 현실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또 매학기 마다 껑충 뛰고 있는 등록금인상문제를 방치한 채 저소득층 일부 학생들의 대출금리를 인하한들 실질적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가. 정부의 민생대책은 폭발상태에 있는 민심을 일단 막아보자는 급조된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민생문제는 MB정부의 책임이라기 보다 역대 정권들이 제도개혁을 하지 않은 채 방치해온 결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은 현정부이고 잘못된 고환율정책을 운영하면서 유가를 비롯한 물가상승이 급격하게 진행됐으니 MB정부의 책임도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러면, 어떤 민생정책이 나와야 생활파탄에 빠져들고 있는 국민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가?

첫째는 정부, 기업, 국민 모두 공정한 고통분담을 한다는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고유가와 물가고 속에서 국민들은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정부는 2007년에만 2조억원의 세금을 더 걷어들이고 정유4사는 4조3천억원의 폭리를 취하는 구조를 덮어두면서 세금환급조치로 생색내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짓이다. 통신, 카드, 금융등 시장의 횡포를 못본체하는 정책을 시장논리로 포장하는 한 공정한 고통분담이라는 논리는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없다.

둘째, 현재 국민생활의 위기는 어느 한가지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부분적이거나 일시적인 조치로 해결될 수 있지 않다. 전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다. 따라서 해법도 종합적 구조적인 대책이어야 한다. 국제유가가 150달러 200달러로 급상승하는 현실에서 원유도입과 정유4사의 독점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과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을 갖는 신에너지 종합대책없이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가. 핸드폰요금도 기존 통신사들의 횡포를 보장해주면서 어떻게 소비자의 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인가? 가계빚이 640조에 이르러 매달 신용불량자들이 증가하는 조건에서 금리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셋째, 민생문제의 핵심에는 실업과 갈수록 줄어드는 소득감소 등 사회양극화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의 비효율과 낭비를 줄여서 부품소재분야와 IT, 바이오, 의료, 복지에 집중투자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4대보험 등 실효성있는 정책과 고용서비스정책을 각지역 실정에 맞게 변화시킨다면 5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100가지가 넘는 일자리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병상증가와 복지시설 확대에 따른 일자리조차 채우지 못하는 정부정책이 아닌가. 국민 세금만 낭비하고 있을 뿐이다.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국민세금을 쏟아붓고 있는데도 정부의 R&D 사업에 성과가 없는 것은 나눠먹기 관행이 조금도 변하지 않은 탓이다.

이런 기조에 입각한 시급한 민생대책과 장기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대한 구체적 비젼을 내놓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규제완화, 감세로 대변되는 MB정부의 비즈니스프렌들리의 정책기조에 등을 돌릴 것이고, 곧바로 민생촛불로 타오르게 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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