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신앙적 한계가 걱정스럽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9-07 19: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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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 이 대통령이 종교차별 내지 불교핍박과 관련하여 불교계에 사과하면 안 될까? 사과하는 것이 백번 맞다. 일부 공직자들이 불교를 핍박하는 언동을 했기 때문에만 사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성직자들이기 때문에 더욱더 사과해야 한다. 성직자들의 요구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사건과 관련한 것이라면 사과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종교와 관련한 문제이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기 때문에도 사과해야 하지만 기독교인이기 때문에도 사과하는 것이 옳다. 설사 사과하기가 다소 부적절한 점이 있더라도 한 종교의 최고 성직자들이 들고일어나 사과를 요구한다면 사과를 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이기도 하고 또 종교인의 도리이기도 하다.

혹 대통령은 국가원수이기 때문에 함부로 사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사과하지 않는지 모르겠으나,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대통령이 국가원수이긴 하지만 성직자는 대통령보다 더 높은 자리임을 알아야 한다. 자리의 높고 낮음을 따지는 것이 우습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성직자들에 대해서는 성직자 대접을 해 주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다.

아무튼 한국 최대의 종파라고 할 수 있는 불교계의 지도자들이 사과를 요구하는데 대통령이기 때문에 사과를 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국정운영을 원활이 하기 위해서도, 심지어 정권의 존립이 위협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불교계의 요구대로 사과하는 것이 옳다. 불교신자들이 이명박 정부에 등을 돌릴 경우 그것은 이명박 정부에 심대한 타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명박 정부에만 타격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대통령이 사과하면 이런 타격과 손실을 막을 수 있는데 왜 사과할 수 없다는 말인가?

이처럼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불교계의 요구를 수용하여 불교계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도 왜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할까?

필자가 판단컨대 이 대통령이 불교계에 사과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대통령이기 때문이 아니라 기독교 신자 곧 소망교회 장로이기 때문일 것 같은데,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은 자신의 종교적 소신에 따라 처신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에 따라 처신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자신이 대통령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으니, 그것은 기독교의 정신을 잘못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기독교신자인 일부 공직자들의 불교핍박은 기독교를 신앙하는 사람으로서의 당연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불교계에 (머리를 숙여) 사과한다는 것은 우상숭배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편협한 종교의식이 아닐 수 없다. 어찌 이 대통령의 편협한 종교의식을 규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실 기독교를 잘못 믿으면 타종교에 대해 굉장히 배타적이게 되는데, 이 대통령이 바로 그런 잘못을 범하고 있어 보인다. 기독교인들 가운데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부처님에게 절하는 것을 두고 우상숭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우상숭배임을 알아야 한다. 조상에게 제사지내는 것은 특정 민족의 조상추모 의식(儀式)일 뿐이고, 부처님에게 절하는 것 또한 불교의 종교 의식일 뿐이다. 의식은 민족과 종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기독교인은 기독교 의식에 따라 조상을 추모하거나 종교의식을 행하면 될 뿐, 타민족이나 타종교의 의식을 우상숭배로 비하해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이 불교계에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이런 차원의 기독교 인식 때문일 것 같은데, 이런 인식으로는 종교차별을 할 수밖에 없고, 종교차별을 하는 한 국정운영을 정상적으로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편협한 종교의식은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어렵게 할 텐데, 그렇잖아도 국정운영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터에 편협한 종교의식으로 인한 국정 차질까지 겹쳐진다면 국정이 파탄하는 지경에 이를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이러고서야 정권유지인들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이명박 대통령께 간절한 마음으로 충고한다. 타종교를 죄악시하는 수준 낮은 기독교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타종교를 죄악시하는 편협한 기독교인식이야말로 죄악임을 통찰해야 한다.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정교분리의 원칙이나 종교에 의한 차별의 금지를 거론할 필요조차 없이 각 종교는 서로 존중해야 한다. 국민전체를 대표하고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의 경우 특정종교에 경도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소 말장난 같은 소리이지만 타종교를 죄악시하는 기독교인식을 포기하기 싫으면 대통령직을 내놓고 소망교회 장로직을 수행하는 것이 옳다.

이 대통령은 기독교인의 지지 때문에만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다. 기독교인 가운데도 지지하지 않은 사람도 대단히 많을 것이며, 불교인 가운데도 이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또 불교계를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던 때가 많음은 물론이다. 즉 기독교인만의 대통령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이 대통령은 불교계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미 사과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측면이 있어 안타까우나, 지금이라도 심사숙고해서 불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정중하게 사과한다면 문제가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제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로 발전되게 하지 않기를 바라고, 더욱이 불교계에 사과하기 싫어서 정권유지를 어렵게 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의 허점을 활용하여 온갖 횡포를 부리고 있고, 또 그런 식으로 하는 것만이 혼란을 잠재우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집권한지 오래 되지 않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기회는 주어야 한다고 보아 국민들이 반신반의하면서도 참고 있으나 집권하고서 1년이 지났는데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국민들이 절대로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초래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보면 초래될 것이 틀림없다. 이런 터에 불교계까지 등을 돌리면 무슨 수로 버틸 수 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용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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