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9·9절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9-09 18:37:0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심은영 (인천 남부경찰서 경비교통과 교통안전계 경장) 내가 9월 9일을 기억하는 두 가지의 커다란 이유가 있다.

한 가지는 1948년 9월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창건된 날이고, 또 한 가지는 내가 경찰종합학교를 졸업한 날이다.

물론 나에게는 후자의 의미가 깊다.

2000년 9월9일 당시 경찰청장인 이무영 청장님이 졸업식장을 직접 참석하신다는 사실로 졸업생 전원은 경례한번이라도 더 연습을 해야만 했다.

경찰학교를 졸업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 뿌듯하고 벅찬 일이었지만 경찰청장을 가까이서 뵙고 악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 우리로서는 3~4시간동안 서있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부모님과 친구들도 함께 참석한 졸업식을 마치고 멀리 충주까지 와 준 친구들이 고마워 모두들 점심식사를 하며 아버지와 친구는 반주를 한 잔씩 청했다.

그 이유로 집으로 오는 길은 내가 운전을 해야만 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긴장한 상태로 졸업식을 마친 나로서도 몹시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즐거워하시는 부모님들을 보며 당연히 내가 운전을 하겠다고 자청하고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을 힘껏 밟았다.

하지만 내 의지가 내 몸 상태를 지배하기엔 무리였다. 점점 졸음이 오기 시작했고, 난 졸음을 이겨보려고 창문도 열고, 껌도 씹으며 인천에 다다르길 바랐다.

순간 중앙분리대가 나에게 다가왔고, 놀란 나는 핸들을 꺾었다. 자동차가 휘청거리며 요동을 쳤다. 옆자리에서 눈을 부치시고 계시던 부모님들이 놀라 깨시며 나무라셨다.

생각해 보면 이건 나무랄 일이 아니다. 온 가족의 생명을 책임진 운전자로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뻔 했다.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저녁 약속도 취소시키고 집에서 혼자 많은 생각을 했다. 만약에... 만약에...

‘졸음운전에는 천하장사도 없다’는 말이 있다. 천하장사로 못 이길 적을 내가 이겨보려 했다는 것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나에게 9월9일은 행복한 졸업식과 아찔한 졸음운전의 기억에 남는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