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한국, 창조론요구에 굴복"

이대우 기자 / / 기사승인 : 2012-06-07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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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새ㆍ말 진화과정 내년부터 일부 교과서 삭제 조치에 비난

과학계 "진화론 부정하는 것처럼 비춰져" 우려

[시민일보] 창조론과 진화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점차 창조론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150년 전 다윈이 진화론을 주장한 이후 과학계에서는 진화론이 통설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시조새는 파충류가 조류로 진화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말은 발굽이 하나로 변하는 과정을 겪어 대표적인 진화의 상징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내년부터 일부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두 동물이 사라지게 됐다.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라는 단체가 시조새와 말이 생물의 진화를 설명하지 못한다며 삭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출판사들은 시조새가 공룡이나 새의 한 종류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말의 진화 과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며 이 부분을 삭제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이번 일이 진화론을 부정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진화를 다 인정하고 하는 논쟁을 이 사람들은 마치 진화의 증거가 없는 것 마냥, 진화의 증거가 사라진 것 마냥 하는 굉장히 유감스러운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또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는 우리나라 일부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내년부터 시조새와 말의 진화 과정이 삭제되는 것과 관련해 "한국이 창조론자들의 요구에 굴복했다"고 비난했다.


네이처는 또 “미국에서도 진화론 교육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오히려 한국에서 진화론 반대론자들이 더 큰 승리를 거뒀다”고 꼬집었다.


앞서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는 지난 해 12월 시조새가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라는 청원을 제출해 6개 출판사로부터 시조새를 삭제하거나 수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한편 미국 국민 2명 중 1명은 인간이 신에 의해 창조됐다는 ‘창조론’을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갤럽에 따르면 미 전국의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이 한순간에 지금과 같은 형태의 인간을 만들었다’는 창조론을 믿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절반 수준인 46%에 달했다.


반면 ‘인간이 수백만년에 걸쳐 진화했으며 이 과정에서 신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진화론적 관점을 지지하는 응답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또 ‘인간은 수백만년에 걸쳐 진화했지만 신이 여기에 개입했다’는 반(半) 진화론을 믿는 비율도 전체의 32%나 됐다.


이대우 기자 ksykjd@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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