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경제위기와 중국의 성장세 둔화로 세계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미 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어 우리 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8일 달러당 환율은 1136원을 기록하며 오름세로 돌아서 5월24일 올 최고점인 1184원을 찍었다. 이후 5월29일엔 1174.50원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다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 6월4일 1182원까지 오르는 등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10일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당히 불안한 상태”라며 “지난해 하반기 불안정할 때보다는 외화건전성등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지만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 하는 점.
환율이 올라가 원화가 절상되면 수출지향적인 우리 기업에는 호재가 되고 수입 기업에는 나쁜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예상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근환 한국증권 이사는 “환율이 올라가고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한국 기업엔 무조건 안 좋다고 봐야 한다”며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국내 경기가 안좋아지고 금융시장에서는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기업이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적정 수익을 노릴 수 있는 환율 적정선은 어디일까.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3월 18개 품목별 988개 수출기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은 수출 적정 원달러 환율을 1136원, 사업계획 환율은 1105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1073원으로 예상했다.
6월 들어 환율은 1일 1179원, 4일 1182원, 5일 1180.50원, 7일 1170원, 8일 1175원으로 수출 기업엔 호재로 작용할 전망.
주요 수출품목의 업종 전망에서도 최근의 고환율은 수출기업엔 고무적이다.
예를 들어 3월 조사에서 가전의 수출적정 환율은 1129원, 사업계획 환율은 1095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1059원을 기대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이달들어 가장 낮은 환율인 1175원과 비교해도 수출적정 환율과는 46원, 사업계획 환율은 20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무려 116원이 남는다.
잘 나가는 자동차의 경우도 수출적정 환율은 1144원, 사업계획 환율은 1108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1079원으로 33원, 67원, 96원 등의 차액이 발생하며 FTA와 함께 고환율이 자동차 수출에 힘을 배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최근의 고환율은 수입업체들에겐 한마디로 쥐약이다. 수입 물품을 달러로 지불해야 해 타격이 크다. 예를 들어 1달러에 1200원이던 A라 제품을 100개 구입했다고 치면 그동안에는 우리 돈으로 12만원만 지불하면 됐다. 하지만 환율이 올라 1달러가 1250원이 되면 똑같은 양을 구입하는데 12만5000원이 들어 5000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환율 폭이 높으면 높을 수록 수입업체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
지난해 10월 환율이 1170~1193원에 달할 때 한국수입업협회가 수입업체 14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업체들은 환율 급등이 기업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킨다는 답을 내놨다. 응답자의 45%가 ‘적자에 직면했다’, ‘이미 적자가 났다는 답’도 34%가 했다. 특히 환율 오름에 대한 이유가 당시와는 차이가 있지만 환율 수준은 지금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조사에서 응답업체들은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잠정적으로 수입중단을 고려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평균 1251원으로 제시했다.
응답 비율이 가장 많았던 수입중단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50원으로 28%, 1300원이 24%, 1200원이 22%로 각각 나타났다. 1400원이 8%, 1350원이 7%, 1500원이 3%, 기타가 8%로 뒤를 이었다.
특히 당시 조사에서 응답기업들이 올 환율 평균을 1147원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들어 환율이 한때 1180원 선을 넘어서기도 해 수입업체들의 환율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수입업협회 관계자는 “갑자기 오르거나 갑자기 떨어지면 업체들이 대비를 할 수 없어 큰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점에서 아직 우려 수준은 아니다”며 “하지만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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