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등 부작용, 청소년 낙태증가등 이유 꼽아
[시민일보]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 천주교와 개신교계 등 기독교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본부장 이성효 주교)는 10일 "식약청이 의약품 재분류를 통해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고, 향후 공청회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면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반대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응급피임약은 수정된 난자가 자궁 내막에 착상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인간생명인 배아의 죽음을 초래하는 낙태약이라는 것.
앞서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응급피임약을 배포하고 처방하고 복용하는 행위는 낙태시술과 마찬가지로 윤리적인 악행'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명은 일관되게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
둘째,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여야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실제로 1998년부터 2006년 사이에 보고된 10개국 23개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응급피임약 사전 보급이 낙태율을 낮추지 못했고,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여도 준비되지 않은 임신이나 낙태의 비율을 크게 감소시키는 결과를 얻지 못했으며.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일 경우 오히려 응급피임약 사용이 늘어남으로써 남용하게 되고, 특히 청소년들의 성문란을 조장하며, 청소년들의 낙태와 성병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응급피임약은 일반피임약보다 호르몬이 10∼30배 높기에 1회 복용만으로도, 심한 복통과 두통, 출혈과 구토 등 다양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
주교회의는 "응급피임약 문제는 단순히 약리적인 문제만으로 다룰 수 없고, 윤리적, 사회적, 의료적 문제들을 함께 고려해서 다뤄져야 한다"며 재고를 촉구했다.
천주교에 이어 개신교도 정부의 사후 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안전성 문제, 오·남용 문제 등 야기될 수 있는 문제가 산적함에도 단순히 부작용이 적다는 이유로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식약청으로서 해야할 최소한의 의무도 망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기총은 또 "임신이 여성들만의 몫인가?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결과론적으로 임신에 대한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잘못된 성윤리를 조장할 수 있으며, 사후피임약만 먹으면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착각으로 무분별한 성문화가 조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기총 역시 천주교 주교회의처럼 배아부터 인간 생명으로 봤다.
한기총은 "수정이 이뤄지는 순간부터 배아는 살아있는 인간 생명이므로 배아가 착상되지 못하게 해 죽게 하는 응급피임약제들은 낙태약이나 마찬가지다. 우리의 생명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고 또한 자녀는 거룩한 가정의 축복으로 주신 것이다. 그만큼 생명은 고귀하고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이며, 사랑의 결과" 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기총은 "사후피임약은 피치 못할 경우 복용하는 응급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급히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처방인데, 식약청의 이번 발표는 문제의 원인은 해결하지 않은 채 결과만 수습하려고 하는 눈가림식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기총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노력해야 한다. 바른 성문화를 정착시켜야 함은 물론이고, 성폭력 근절을 위한 강력한 법안 마련과 조치·예방이 병행돼야 한다"면서 "한기총은 5만5000 교회, 1200만 성도들을 대표해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데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7일 '의약품 재분류안'을 발표하며 레보노르게스트렐 성분의 사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할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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