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합예산으로 밥그릇 챙긴 주역들, 혈세 외유 물의

이영란 기자 / / 기사승인 : 2013-01-03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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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예산심사시스템 연구한다 고라?”

[시민일보] ‘밀실 계수조정’을 통한 야합예산 342조원을 확정한 주역들이 국민혈세(1억5천만원)를 들여 단체로 해외시찰을 떠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3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장윤석(새누리당)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간사인 새누리당 김학용·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 외에 새누리당 김재경·권성동·김성태 의원, 민주통합당 홍영표·안규백·민홍철 의원 등 여야 계수조정소위 위원 6명을 포함한 9명은 지난 1일과 2일, 2개 조로 나뉘어 중남미와 아프리카로 출국했다.

1일 떠난 장윤석 예결위원장과 김재경·권성동·안규백·민홍철 의원 일행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멕시코·코스타리카·파나마 3개국을 둘러보는 여정이고 2일 떠난 김학용·최재성 여야 간사를 포함한 김성태·홍영표 의원 일행은 케냐·짐바브웨·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둘러보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경유해 귀국한다.

 
그러나 이들의 10박 11일 외유는 예산심사 과정에서 보여준 활약(?) 때문에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장윤석 위원장과 김학용·최재성 의원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3일)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3일)을 오가며 막판 ‘밀실 계수조정’을 통해 342조원의 올 예산안을 확정한 혐의로, 김재경·홍영표 의원 등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은 각각 500억원 이상의 재량 범위 내에서 1200건에 이르는 ‘쪽지민원예산’을 받아준 주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기초수급 복지예산이나 국방예산을 없애거나 줄이는 대신 민원성 지역사업 예산을 대폭 늘리는 것으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충실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경우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건립예산 615억원 편성과 송도 희소금속산업 육성 인프라 구축과 송도 컨벤시아 2단계 조성에 각각 배정된 20억원 예산과 연관이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도 대구 수성의료지구사업비 182억원 증액을 비롯 대구순환고속도로 사업비 30억 신설 등 지역사업 예산이 크게 늘어 구설에 올랐다.

민주통합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지역구인 전남 목포 예산은 F1 경주대회 경비 증액 등 200억원이나 늘어났고, 같은 당 박기춘 원내대표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최재성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 예산은 고용지원센터 건립 지원 등으로 1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이들은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여야가 함께 추진했던 ‘의원연금 폐지’ 공약도 공수표로 만들었다. 만 65세 이상의 전직 의원들에게 월 120만원씩 지급하는 평생연금 예산을 그대로 통과 시킨 것이다. 일반인이 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매달 30만원씩 30년을 불입해야 한다.

특히 예산심사 시스템 연구를 위해서라는 이들의 출장목적에 대해 우리 국회가 중남미나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가서 예산시스템을 배워야 할 만큼 후진적이냐는 반발이 적지 않다. 해를 넘긴 늑장처리에 밀실·쪽지예산 파동으로 나라가 시끄러운데 예산심사를 책임졌던 주역들이 출장 목적도 불분명한 해외시찰을 떠난 걸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는 것이다.

앞서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박상철 교수는 “여야 실세의원들 지역구 예산 늘리려고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기초생활 무상의료수급 예산 2400억원 가로챈 파렴치한 절도행위”라며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당사자의 정치적 고발도 가능하다”고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대표도 “국회의원들이 활동을 잘 하기 위해 외국에 갈 수는 있지만 시점이나 지금 발생한 일을 비춰볼 때 오해도 살 수 있고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원래 계획대로 일정을 다 소화하지 말고 돌아와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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